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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여정 신년 담화 목표는 우리 사회의 혼란·분열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2022년 8월 11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새해 담화에는 남한 사회의 내부 갈등을 조장하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담겨있다. 그는 담화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군사력을 키우는데 단단히 공헌한 특등공신’이라고 조롱하는 등 최소한의 국격도 갖추지 못한 수준 낮은 말장난을 이어갔다. 심지어 ‘영특하고 교활한’ 문재인 전 대통령과 ‘무식에 가까울 정도로 용감한’ 윤 대통령을 대비시키며 총선을 90여일 앞둔 우리의 진영간 싸움을 부추기고 있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진지한 노력을 하기는커녕 러시아혁명 직후 코민테른이 주창한 낡아빠진 통일전선 전술에 언제까지 매달려 있을 것인지 답답할 뿐이다.

‘백두혈통’인 김여정은 국무위원으로 사실상 북한 내 권력서열 2위다. 당에서는 주민을 사상적으로 통제하는 선전선동부 부부장이다. 조선노동당의 핵심 부서인 선전선동부는 언론과 출판을 감독해 3대 세습을 공고히 하는 게 임무다. 게다가 그는 2019년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부터 대남사업 총책을 맡아 통일전선부를 사실상 책임지고 있다. 대남 협상은 물론이고 공작까지 총괄한다. 틈만 나면 막말과 궤변으로 점철된 담화를 내며 남한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데 앞장서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한반도에서 고조되는 군사적 긴장을 남한 탓으로 돌리고,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는 주민들의 동요를 최소화해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의도에 불과한 것이다.

지금 북한은 한계에 봉착해 있다. 남한을 향해 협박 강도를 높이는 것도 공고한 한·미동맹을 뛰어넘을 돌파구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유일한 기회는 남한 사회의 혼란이다. 지난해 말 김여정은 윤 대통령에게 ‘천치바보’라며 ‘(남한)국민들이 왜 보고만 있는지 모를 일’이라고 반정부 투쟁을 주문했다. 이런 것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김여정 신년 담화를 보도한 기사에는 대통령과 야당 대표 등 특정 정치인을 맹목적으로 비난하거나 추앙하는 댓글이 이어진다. 진영 논리에 빠진 강성 지지층의 글인지,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외부 세력의 개입인지 알 수 없지만 서로를 적대시하는 증오가 넘쳐난다. 김여정이 의도하는 게 바로 이런 분열과 혼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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