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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금투세 폐지, 서두를 일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개장 신호 버튼을 누른 뒤 참석자들과 함께 손뼉을 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증시의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규제 완화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투자로 일정 금액(주식 500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릴 경우 초과 소득의 20~25%를 부과하는 세금이다. 금투세 폐지는 투자 심리에 긍정적인 것은 틀림없다. 새해 증시 첫 날인 이날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오른 것도 이를 반영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총선을 불과 석 달여 남은 시기에 시행도 되지 않은 금투세를 폐지하겠다고 한 것은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금투세는 2020년 여야 합의로 법안이 통과돼 2023년부터 시행되기로 했다가 현 정부가 ‘주식시장 침체’ 등을 이유로 2년 유예했다. 여야정이 합의한 과세 스케줄이 대통령 말 한마디에 흔들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금투세 폐지는 세법 개정 사항으로 야당과의 협의가 필수여서 섣불리 발표할 성격이 아니다. 1년 전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 차원에서 법 개정이 필요한 ‘실거주 의무 폐지’를 불쑥 내세웠다가 야당의 반대로 지금껏 법안 처리가 안돼 시장의 혼란을 가져온 사실을 잊었단 말인가.

지난해 세수 결손은 60조원에 달하고 올해에도 경기 회복이 더뎌 세수 부족이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주식 양도세 완화에 이어 금투세까지 폐지하는 것은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와도 어긋난다. 규제 몇 개 바꾼다고 주식시장이 활성화되는 게 아니다. 경제가 튼튼하고 기업 실적이 좋아야 하며 자본시장 정책이 일관되고 예측 가능해 투자자 신뢰를 얻어야 한다. 개인투자자 권익을 생각한다면 양도세, 금투세에다 증권거래세 등 전반적인 주식 관련 세금을 공론장으로 올려 심도있게 토론해야 할 것이다. 총선용이란 오해까지 사며 서두를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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