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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중과의 무역판도 변화…후폭풍 막을 대책 절실하다

대미-대중 무역 희비 엇갈린 건
공급망 갈등과 한·중 관계 악화 탓
무역 다변화와 유연한 외교 급선무


산업통상자원부가 어제 발표한 수출입 동향을 보면 지난달 미국으로의 수출이 113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109억 달러에 그친 중국 수출을 20년 만에 추월했다. 지난해 전체로는 대미 무역 흑자액이 455억달러로 미국이 21년 만에 우리의 최대 무역 흑자국으로 복귀했다. 반면 중국과의 무역에선 한·중 수교가 이뤄진 1992년 이후 31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180억 달러)를 냈다.

이 같은 무역판도 변화는 미·중 간 갈등에 따라 불거진 공급망 재편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환경 변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례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덕에 지난해 1∼11월 대미 자동차 수출이 전년 대비 44.2% 급증하는 등 미국의 중국 견제 정책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미국이 그간 자국과의 무역 흑자를 트집 잡아 한국을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거나 슈퍼 301조 등을 발동해 통상압력을 행사해 온 점 등으로 볼 때 대미 무역 흑자가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2020년까지만 해도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과 2위인 미국의 수출 비중 차이는 11%포인트를 넘었으나 지난해엔 1.4%포인트로 좁혀졌다. 이처럼 무역 판도 변화속도가 빠를 경우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이 두 블록으로 나뉘어 무역장벽이 높아지고 보호무역 조치가 시행되는 ‘분절화 심화’가 나타날 경우 두 나라에 대한 수출이 최대 10% 줄어들 것으로 경고했다.

이런 경고가 중국과의 무역에서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중국은 그간 중간재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한국에서의 수입 비중이 2015년 10.8%에서 지난해 6.3%로 줄어들었다. 그간 우리가 누려왔던 중간재 기술우위를 중국에 잠식당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2차전지 원료 등에서 갈수록 중국 수입의존도가 늘어나고 있는 건 적자 구조 고착화 요인이다. 수출 분야는 물론 수입 분야에서 무역 다변화 노력이 절실한 이유다. 2021년에 이어 최근 다시 요소수 수출통제 사태가 발생한 데서 알 수 있듯 윤석열정부 들어 악화한 한·중 관계를 다시 복원하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과의 유연한 외교력 발휘가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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