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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의 회복 없이는 한국의 미래는 없다

새해 대통령은 의회 존중, 野는 팬덤 청산, ‘활로’ 뚫어야


2024년 갑진년 새해가 밝았다. 희망과 불안이 교차하지 않은 해가 있었을까마는 올해는 더욱 그렇다. 안팎으로 맞닥뜨린 도전과 위험이 예사롭지 않다.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가 빠르게 해체되면서 세계 곳곳에서 무력충돌과 전면전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 경제 블록화 등 보호무역 기조가 확산하고 있다. 수출을 성장엔진으로 번영해 온 한국 경제가 시험대에 섰다. 시장경제와 민주주의가 한 묶음인 자유민주주의가 곳곳에서 위협받고 있다.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와 국수주의의 파도가 거세다.

나라 안팎 예사롭지 않은 도전과 위험

내부적으로는 세계 최저치로 떨어진 출산율이 공동체의 존속마저 위협하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증강이 가속하면서 안보도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성장 동력은 빠르게 약화하고 있다. 하지만 촌각을 다투는 제도 개혁과 규제 철폐는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년8개월 전 취임사에서 다짐한 연금·노동·교육 등 3대 개혁의 성과는 초라하다.

정부 탓만 할 게 아니다. 개혁이 실효성을 내려면 입법이 필수지만 정부가 공언한 개혁 관련 법안 중 국회의 문턱을 넘은 게 거의 없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와 여당이 제출한 법안을 가로막고, 대통령은 민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킨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일이 거듭되고 있다. 어느 쪽으로도 못 가고 꼼짝 않는 ‘교착 상태’가 뉴노멀이 되고 있다. 나라 전반에 만연한 좌절감과 불안의 핵심에는 이러한 정치의 실종이 있다.

꼼짝 않는 ‘국정의 교착 상태’ 뉴노멀 돼

새해 국정의 최우선은 정치의 정상화, 정치의 회복이어야 한다. 사회 구성원 간의 다양한 이해관계와 가치를 조정해 합리적인 대안을 내놓는 과정이 정치다. 이때 설득과 타협은 필수다. 하지만 지금 여야에 있어 상대방은 생존을 위협하는 적일 뿐이다. 여야는 한국 정치의 수준을 바닥 모를 심연으로 밀어넣고 있다.

윤 대통령부터 입법부의 역할과 권한을 존중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의회를 경시한다고 비판받는 데는 근거가 있다. 170석 가까운 의석을 가진 거대 야당 대표를 취임 이후 한 차례도 만나지 않고 있다. 야당과의 협치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의문이다. 여당과의 소통조차 원활했다고 보기 어렵다. 정당·의회를 존중하고 함께 일하지 않는다면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없다.

민주당은 극성 지지자들의 입김과 이익에 휘둘리는 팬덤 정치의 굴레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정치에 대한 불만을 넘어 혐오가 확산하는데 민주당의 책임이 무겁다. 팬덤 정치의 자연스러운 귀결은 포퓰리즘 입법 양산과 국정 발목잡기다.

정제된 언어를 사용하는 것부터 여야가 정치 회복의 첫걸음을 뗐으면 좋겠다. 정치의 시작과 끝은 말이다. 직설적이고 분노와 원한이 담긴 흉기 같은 언어가 공론의 장에서 횡행할 때 시민들의 정치에 대한 신뢰는 사라진다. 정치인이 최소한 공식 석상에서는 절제되고 품위 있는 언어를 사용하도록 ‘의원 윤리 규칙’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총선서 나라 방향 고민 후보자 골라야

냉철한 시민의식도 필수적이다. 100일 앞으로 다가온 제22대 총선은 출범 3년 차를 맞는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인 동시에 입법부를 장악한 야당에 대한 평가라는 의미가 병존한다. 팬덤에 의존하고 언어의 품격이 떨어지는 후보자, 지역이기주의를 부추기는 후보자, 나라가 직면한 도전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는 후보자를 시민이 걸러내야 한다. 특히 나라 안팎 사정을 볼 때 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가졌는지가 후보자를 평가하는 주요 잣대가 돼야 한다.

윤 대통령과 여야는 총선 결과가 어떻든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여 협치와 포용의 정치에 나서야 한다. 여야의 발목잡기가 더 이어진다면 그 결과는 파괴적일 것이다. 정치색이 다른 3개 정당이 참여한 독일 연정은 200시간의 마라톤협의와 밤샘회의 끝에 새해 예산안 타협안을 만들어냈다. 지지층의 인기만 의식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게 정치의 본질이다. 독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는 “정치는 차선책의 예술”이라고 했다. 정치적 유불리만 따질 게 아니라 국가의 대의를 위해 타협을 이루어내는 정치를 새해에는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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