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전체기사

[사설] ‘운동권 청산’ 주장한 한동훈, 국민이 체감할 혁신 보여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비대위원장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운동권 특권과 싸우겠다”고 정치 세대교체를 선언했다. 그는 비대위원장 수락연설에서 “중대범죄 처벌을 막는 당을 숙주 삼아 수십년간 썼던 영수증을 또 내미는 운동권 특권 정치를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은 신뢰할 수 있고, 실력 있는 분들을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주장했다. 민주화운동을 이끌었던 86세대가 주류인 더불어민주당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면서 불체포특권 포기 등으로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운 것이다.

1973년생인 한 위원장은 파격적인 세대교체의 신호탄이라는 기대 속에 인기를 얻었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구속 후 거세진 86세대 용퇴론을 현실에 구현하고, 참신한 인재를 발굴해 새 바람을 일으켜달라는 것이 기대의 골자다. 하지만 이는 물거품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많다. 서울 강남 8학군 고교 출신에 대학 졸업 전 사법고시에 합격한 엘리트 검사가 1년7개월의 장관 경험과 윤석열 대통령의 신임만으로 정치개혁을 주도하는 것은 무리라는 이유에서다. 혁신을 명분으로 기성 정치인을 공천에서 탈락시킨 뒤 대통령실 출신 등 윤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인물을 공천할 것이라는 의구심도 적지 않다.

한 위원장이 청년과 수도권 중도층의 마음을 얻어 한국 정치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갈지, 정권 2인자로서 집권 여당의 주류 세력 교체에 머물지는 본인의 의지와 행동에 달렸다. 지금 국민들은 저급한 정쟁으로 점철된 정치판이 바뀌어야 한다는 데 절대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적당히 시늉만 하는 쇄신책으로는 실망한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고개를 숙이고 대통령 의중만 살피는 당에서 탈피해 다양한 생각을 아우르고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 의원들이 활발하게 이견을 제시하고, 각종 현안을 토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그런 변화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금석은 비대위 구성이 될 것이다. 막연한 세대교체, 야당의 약점을 파고들기 위한 특권정치 청산이라는 구호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실질적인 혁신 조치를 행동으로 옮길 비대위가 아니라면 파괴력을 가질 수 없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도 전향적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시간이 부족해 순조롭지는 않겠지만 합의를 이루기 위해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한 위원장 스스로의 말처럼 당은 당이 할일을 하고, 대통령은 대통령이 할일을 하는 관계를 만드는 데 주저할 이유가 없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