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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중 공급망 전쟁, 경제 상수로 보고 전략 세워야

범용 반도체로 번진 미·중 갈등은
쉽게 안 끝날 경제 패권 각축 일부
공급망 대응·통상외교 빈틈 없어야


공급망 선점과 경제 안보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최근 다시 증폭되면서 수출 한국의 고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첨단 반도체의 대중 수출을 통제하던 미국이 이제는 저사양 범용 반도체 분야에서도 중국 견제에 나섰다. 중국은 희토류 가공 기술 수출 통제 카드로 맞불을 놓았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이 16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하면서 내년 수출에 대한 기대감을 가졌던 우리나라로선 달갑지 않는 흐름이다. 고금리처럼 미·중 갈등을 일종의 뉴노멀로 간주하고 정부가 상시 대비해야 할 때다.

미국 상무부는 내년 1월부터 자국 자동차·항공우주·방산 등 100여개 기업의 범용 반도체 조달 실태를 파악할 것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대놓고 “중국이 제기하는 국가안보 위험”이라 말하며 중국산 반도체 사용 억제가 목표임을 숨기지 않았다. 미국은 한국 일본 등 동맹들과 1년 이상 대중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에 나섰는데 성이 차지 않은 듯하다. 첨단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자동차와 가전, 무기 등에 다양하게 사용되는 범용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의 비중(올해 약 30%)이 갈수록 커지자 이 역시 틀어 막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제 주도권 전쟁에서 어떻게든 중국을 따돌리겠다는 미국의 집념이 혀를 내두르게 한다.

미 정부 발표 직후 중국 상무부는 희토류 가공 기술에 대한 수출 금지 조치를 내렸다. 중국은 스마트폰·전기차 등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희토류 생산의 70%, 가공·정제 분야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 장악력을 통해 미국에 밀리지 않겠다는 심산이다. 올들어 미국이 반도체 제재를 이어갈 때 갈륨과 게르마늄, 흑연 등의 수출을 차례로 통제하던 중국이 결국 희토류 기술까지 꺼내며 한해 반격의 대미를 장식한 모양새다.

양국의 공급망 힘겨루기는 반도체가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고 중국과 미국이 1, 2위 수출시장인 한국에 특히 타격이다. 올해 1.4% 성장에서 내년 2%대 성장을 바라보는 것은 반도체 수출과 대중 수출 회복 기대감 때문이다. 그런데 첨단과 범용 상품 가릴 것 없이 미·중 전장이 확전되면 기대는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더욱이 미국은 중국 범용 반도체에 관세 부과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나서 자칫 중국산 반도체를 사용하는 일부 한국 가전 및 자동차 수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미·중 갈등은 일시적 정상회담 등으로 해소될 성격이 아님이 분명해졌다. 아예 이를 경제 상수로 삼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대통령실이 경제안보를 전담하는 안보실 3차장직을 신설하기로 한 만큼 선제적으로 나서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에 속도를 내야 한다. 정교하고 치밀한 통상외교 전략을 세워 미·중의 샌드위치 신세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함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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