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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예산안 오늘 지각 처리… 세부 조정 투명하게 밝혀야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2024년도 예산안 합의 발표를 마친 뒤 손을 잡은 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강훈식 야당 간사, 홍 원내대표, 윤 원내대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송언석 여당 간사. 이병주 기자

여야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합의하면서 21일 국회 통과가 확실시된다. 헌법이 정한 시한(12월 2일)을 한참 넘겼지만 지난해(12월 24일)보다 예산안 처리를 사흘 앞당기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로써 내년도 정부 예산은 올해보다 2.8% 증액된 656조9000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예산안이 확정되면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잠재성장률마저 1%대로 추락한 상황에서 정부 지출 증가마저 억제하면 재정의 역할을 포기하고 성장동력 약화를 방치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하지만 국가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건전 재정을 달성하려는 정부 의지는 평가할 만하다. 한국의 국가채무는 1110조원을 넘어섰으며 이대로라면 향후 5년간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비기축국 중 1위를 기록할 것이라는 게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이다. 긴축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은 예산안 합의 과정은 납세자들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다. 여야 원내대표들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단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서 4조2000억원을 감액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여야는 특히 연구개발(R&D) 부문의 고용불안해소 등을 위해 6000억원을 순증하고, 새만금 사업과 지역화폐 지원을 위해 3000억원을 각각 증액하거나 편성했다고 강조했다. R&D 부문의 예산 순증은 큰 폭의 R&D 예산 삭감에 따른 비난 여론을 의식한 것이고, 새만금 사업과 지역화폐 지원 사업은 야당의 입장을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R&D 예산 6000억원 순증이란 표현은 정부가 당초 올해보다 5조원 이상 삭감해서 국회에 제출한 안을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총액이 올해보다 늘어났다는 뜻은 아니다. 인력 감축과 구조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는 과학기술계를 설득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야는 당초 정부안에서 4조2000억원을 감액했다고 밝혔지만 세부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여야는 자신들이 생색내고 싶은 것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조정 내역도 밝혀야 한다. 야당은 당초 예산안 증가율이 너무 낮아서 취약계층이 고통받을 것이라고 비난하더니 결과적으로 정부 예산안 총액은 달라지지 않았다. 예산안은 삭감이든 증액이든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 예산은 국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된다. 국회는 납세자이자 주권자인 국민들에게 예산안 논의 과정을 보다 솔직하고 투명하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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