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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에서] 디지털 & 글로벌

우성규 종교부 차장


“해외에서는 (한글) 책을 구한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대도시가 아닌 소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서 사역하는 선교사에겐 더 그렇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책들과 QT집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는 것은 사역자에게 꿈같은 일입니다. 영적으로 충전하며 쉼을 얻곤 합니다.”

호주에서 사역하는 남성 선교사가 두란노의 디지털 플랫폼 두플러스에 보내온 글이다. 두플러스는 ‘두란노+플러스’의 줄임말이다. 기독출판 1위 두란노의 전자책과 오디오북은 물론 생명의삶 SENA(새벽나라) 예조(예수님이 좋아요) 등 연령대별 QT집, 목회와신학 빛과소금 등 월간지와 더불어 두란노바이블칼리지 등의 동영상까지 월정액으로 디지털 구독하는 서비스다.

두플러스는 교회가 셧다운됐던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부터 논의되기 시작, 지난해 5월 정식 오픈했다. 1년7개월이 지난 현재 1만5000명 넘는 구독자와 2000여종의 콘텐츠 상품, 3만여개의 아카이브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두란노는 종이책 제작만으로도 기독출판 1등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또다시 수억원을 투자해 디지털 플랫폼 시장에 뛰어들었다. 코로나로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젊은 직원들이 포함된 콘텐츠 혁신 TF팀을 조직하고 매주 한 차례 회의를 장기간 지속한 결과물이 바로 디지털 구독 서비스 도입이었다.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두란노 사옥에서 마주한 박태성 경영담당 이사(CEO) 방에는 4개의 시계가 걸려 있었다.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대만, 미국 LA, 남미 콜롬비아의 보고타까지 현지 시각을 보여줬다. 이들 지역은 두란노 현지 법인을 통해 복음 콘텐츠를 중국어 영어 스페인어로 번역해 보급하는 거점이었다.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행 1:8)는 그리스도의 말씀을 실천하는 전략은 ‘디지털 & 글로벌’이었다.

박 이사는 두플러스 진수 계기에 대해 “비즈니스를 넘어 복음 콘텐츠를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하게 공급할 수 있겠느냐가 고민의 핵심이었다”고 말했다. 코로나 당시엔 국경이 막히고 비행기가 뜨지 못해 QT집 생명의삶 등이 해외로 배송되지 못했다. 급한 나머지 PDF로 제작해 남미 등 복음의 바람이 불고 있는 지역에 대신 전해봤지만 복제 등으로 여러 문제가 노출됐다. 이 때문에 물리적 거리를 단번에 뛰어넘어 지구촌 구석구석에 신속히 콘텐츠를 전달하는 디지털 혁신이 더 절실했다. CEO로서 숫자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복음이 담긴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전하겠다는 진정성이다.

이런 진심은 교회와 목회자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두플러스는 익명을 요구한 한 교회의 억대 후원으로 독일 대만 러시아 르완다 몽골 미국 방글라데시 베트남 부룬디 세네갈 아르헨티나 요르단 우간다 이집트 이탈리아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캄보디아 캐나다 케냐 태국 튀니지 튀르키예 파키스탄 프랑스 필리핀 등지의 한인 선교사 수백명에게 모든 콘텐츠를 1년간 접근할 수 있는 구독권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에게도 역시 같은 혜택을 전하고 있다.

기독교가 이 땅에 들어온 지 140년, 교회 학교 병원을 세워 조국의 근대화를 주도한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최근 국민일보와 걷기 묵상을 함께 한 옥성득 미국 UCLA 한국기독교학 석좌교수는 교회 학교 병원을 포함해 여성과 프레스(언론·출판)까지 기독교가 5대 분야에서 혁신을 불러왔다고 강조했다. 선교사들이 연합해 세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출판사인 대한기독교서회를 비롯해 ‘죠션크리스도인회보’로부터 시작하면 한국 기독교 언론의 역사 역시 126년을 넘겼다. 낚시 제목으로 조회수 올리는 수준을 벗어나 진정성을 가지고 인쇄 매체의 한계를 극복할 혁신이 지속돼야 한다.

우성규 종교부 차장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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