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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송영길 구속… ‘86세대’ 상징의 몰락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을 받아온 송영길 전 대표가 구속됐다. 재판을 지켜봐야겠지만 제1당 대표를 지낸 인사가 다른 혐의도 아니고 자신이 뽑힌 전대 관련 매표 행위로 구속된 것이어서 충격적인 일이다. 그의 구속은 도덕성과 깨끗한 정치를 표방해온 ‘86세대’정치인의 몰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아울러 여당을 ‘차떼기 당’ 후예라고 비난하며 자신들은 ‘돈 정치’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해온 민주당도 더 이상 떳떳함을 내세우기 어렵게 됐다.

법원은 18일 “송 전 대표가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당대표 경선 관련 금품수수에 관여한 점이 소명됐다”면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가 2021년 전대 때 의원 등에게 6650만원을 살포하는 데 관여했고, 비슷한 때 후원조직을 통해 불법 자금 7억6300만원을 받은 의혹 등 검찰이 제기한 혐의 대부분이 받아들여진 셈이다. 특히 정치자금 중 4000만원은 인허가 명목의 뇌물이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송 전 대표가 누군가. 그는 86 정치인 중에서도 대표주자다. 깨끗한 운동권 출신이라는 프리미엄을 업고 37세에 국회의원이 돼 5선을 지냈고 인천광역시장과 제1당 대표를 지냈다. 그런 자리까지 올라가는 데에는 86 정치인은 국가와 민주주의를 먼저 생각하고, 돈보다는 정의를 좇으며, 기성 정치인보다 도덕성이 뛰어나다는 세간의 평가가 큰 힘이 됐다. 그들 스스로도 그런 걸 내세워 기성 정치인들의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랬던 사람들이 선거 매표 행위를 서슴지 않고 불법 자금을 받고 로비 의혹에도 연루된 건 심각한 이율배반이다. 그런데도 송 전 대표는 반성은커녕 “검찰의 정치공작”이라거나 “당내 잔치인데 돈 살포가 그리 중대한 범죄냐”고 항변했다. 다른 86 정치인은 “당대표를 지낸 사람을 이렇게까지 탄압할 사안이냐”고 그를 옹호했다. 국민 법 감정과 한참 동떨어진 인식이자 내로남불의 전형이다. 그런 비뚤어진 인식으로 정치를 하니 86 퇴출론이 나왔을 것이다.

송 전 대표가 구속됐는데도 유감 표명 한마디 없는 민주당도 무책임하다. 당 원내대변인은 구속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 “송 전 대표가 이미 탈당해 개인의 몸이라 당의 공식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다른 일도 아닌 민주당 전대 때문에 빚어진 일이고, 직전 당대표 문제인데 어째서 ‘개인의 몸’ 운운하는가. 민주당이 당대표부터 시작해 전·현 구성원들이 줄줄이 사법 리스크에 내몰리면서 도덕 불감증이 점점 더 심해지는 게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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