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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COP28 합의, 한국의 과제

김자현 기후솔루션 연구원


두바이의 뜨거운 태양 아래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지난 13일 막을 내렸다. COP28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마주한 건 살을 에는 한파나 첫눈이 아니라 때아닌 비 소식이었다. 지인들은 기후환경 국제회의에 다녀왔다는 나에게 장화를 신은 채 “지구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거냐”며 우려 섞인 농담을 건넸다.

12월 장대비뿐 아니라 해를 거듭할수록 심해지는 이상기후와 자연재해, 그로 인한 사회 전반적 피해를 목격하고 있는 우리에게 COP28이 던지는 시사점은 명확하다. 가장 먼저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 COP28의 가장 큰 성과인 일명 ‘UAE 합의문’이다. 여기엔 화석연료로부터 전환하고, 전 세계 재생에너지를 2030년까지 3배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이 국제 합의문 최초로 명시됐다. 또한 기후위기로 인한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에 대해 국제사회가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합의도 이뤄졌다.

그런데도 산업화 대비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1.5도 내외로 제한하자는 파리기후협정 이후 처음으로 국제사회가 함께 해당 협정의 이행점검을 하는 자리였던 COP28은 1.5도 온도 상승 저지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한 ‘숙제 검사’였다.

우선 ‘퇴출(Phase-out)해야 한다’ 대신 ‘화석연료로부터 전환해야 한다(transition away)’고 명시되며 탈화석연료라는 더 명백한 신호를 전달하진 못했다. 또한 탄소 포집 및 저장(CCS)과 이를 활용한 가스를 정당화하는 전환 연료(transition fuel)라는 용어 사용 등 화석연료 및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의 ‘빠져나갈 구멍’을 남겼다는 데 큰 아쉬움이 남는다. ‘손실과 피해’ 기금에 대한 구체적 방향성 부재도 지적됐다.

비록 구멍 난 ‘숙제 검사’였지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전 세계가 모여 하나의 목소리를 낸 것에 대한 무게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이제 한국에 주어진 질문은 과연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지고, 전 세계 재생에너지 3배 확대’라는 전 지구적 약속을 어떻게 책임 있게 이행하느냐는 것이다.

그 해답의 시작은 재생에너지 확대여야 한다. 지난 10년간 해상풍력 사업 중 복잡한 인허가 규제를 뚫고 실제 상업운전까지 도달한 사업 비중은 1% 남짓이다. 태양광과 풍력은 객관적으로 검증된 풍부한 잠재성에도 불구하고 복잡하고 비합리적인 규제 탓에 보급이 지연되고 있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면 법, 제도와 정책을 갖추는 등 국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

물리적 확대뿐 아니라 전력시장에서의 신호도 재생에너지에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앙 집중형 화력발전 중심의 전력산업 구조 전반을 재생에너지 중심 분산형 구조로 재편해 재생에너지에 확실하고 일관성 있는 신호를 전달하는 것 또한 시급하다.

동시에 여전히 세계 2위 규모로 화석연료 산업에 금융을 지원하는 국내 공적 금융기관은 빠르게 재생에너지 지원을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합의문 속 저탄소라는 단어에 속아 화석연료 사용을 연장하는 탄소 중립적이지 않은 수소 지원 정책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나무를 태워 전기를 만드는 바이오매스나 재생에너지 기반 그린 수소가 아닌 가짜 녹색 에너지에 한정된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는 위험한 눈속임에 빠져서는 안 된다.

여러 한계에도 이번 COP28은 “화석연료 시대 종말의 시작”이라는 평가 속에 끝났다. 한국이 이미 전 세계가 종말을 고한 화석연료 시대에 홀로 남아 고립되지 않으려면, 그리고 여전히 존재하는 함정에 갇히지 않으려면 현명하고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김자현 기후솔루션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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