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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이 저출산 문제에 적극 나설 때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압도적 세계 최저다. 이에 외신들은 ‘흑사병·국가 소멸’(뉴욕타임스)까지 빗대며 우려했는데 충격 받기엔 아직 이른 것 같다. 14일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합계출산율은 올해 0.72명, 내년 0.68명에 이어, 2025년 0.65명까지 추락하며 저점을 찍는다. 3년새 출산율이 17%는 더 줄어든다는 얘기다. 연간 출생아수는 50년 뒤인 2072년 16만명으로 급감, 2022년(24만6000명)의 65.0% 수준에 머문다. 뭐든 상상 그 이상을 보여주는 게 한국 저출산 현상이 돼버렸다.

정부가 15년간 280조원을 저출산 예산으로 쏟아부었음에도 소용 없었던 셈이다. 실제 현금 지원, 대출 우대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봤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이런 가운데 대한상공회의소가 어제 보고서를 통해 저출산 극복에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는데 귀기울일 만하다. 기업 역시 일하거나 물건을 살 사람이 없으면 살아남기 어렵기에 저출산 문제를 정부에만 맡기고 먼 산 보듯 할 순 없다. 생산가능인구가 집에서 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회사가 육아 친화적인 환경을 만들면 일·가정 양립과 저출산 해소에 도움이 되는 건 분명하다. 실제 연차, 육아 휴직, 출산 후 복귀 등에서 만족도가 높은 집단(회사)에 몸담은 여성들은 55.8%가 출산하겠다고 답해 불만족 집단(32.6%)보다 훨씬 긍정적이었다는 설문조사도 있다. 일부 기업들도 저출산 해결에 적극 나서는 중이다. 포스코는 육아기 재택근무, 롯데그룹은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한미글로벌은 셋째를 낳은 직원 특진 제도를 시행해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 중소기업에게는 그림의 떡인 상황이다. 보고서가 제시한 대로 대기업이 중소기업 및 협력사들이 이용할 어린이집을 마련해주는 상생안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도와야 한다. 결혼·출산·양육 성과를 입증한 기업에게 금리 인하, 정책자금 지원 등을 제공하는 게 단순한 예산 확대보다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저출산은 미래 한국경제 발전의 가장 큰 장애물이다. 경제 주체인 정부와 기업이 손을 맞잡아야 할 이유는 이것 하나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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