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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기현 사퇴… ‘홍위병’ 초선들도 물갈이 대상 아닌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3일 사퇴했다. 전날 장제원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자 전격 결단했다. 이로써 혁신위가 제시한 인적 쇄신 흐름을 이어가게 됐다. 하지만 최근 그의 사퇴를 둘러싸고 국민의힘 의원 채팅방에서 초선 의원들이 보인 모습은 인적 쇄신 대상이 과연 지도부와 중진뿐일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초선들은 당시 채팅방에서 김 대표 사퇴론을 ‘내부 총질’로 규정하며 ‘자살특공대’등 거친 말로 공격했다. 지난 전당대회 때 연판장을 돌려 나경원 전 의원 출마를 막고 친윤계 김 대표를 지원했던 이들이 다시 지도부 옹위에 뛰어들었다. 이를 지켜보던 한 의원은 “무슨 지령이 내려왔나 싶었다”고 했다. 과거 정치권에서 참신한 시각으로 ‘다른 목소리’를 내곤 했던 초선 그룹이 이제 다른 목소리를 내부 총질이라 여기는 집단으로 변질된 것이다.

언제부턴가 정치권에서 ‘소장파’란 용어가 사용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에는 친윤과 비윤, 더불어민주당에는 친명과 반명의 계파만 존재할 뿐이다. 자기 당을 향해 쓴소리를 쏟아내며 개혁과 쇄신의 바람을 일으키던 젊은 의원들, 그 다른 목소리의 힘으로 작지만 하나의 세력을 구축해 소장파라 불리던 이들이 양당에서 나란히 자취를 감췄다. 과거 한나라당 ‘남·원·정(남경필 원희룡 정병국)’과 새정치국민회의 ‘천·신·정(천정배 신기남 정동영)’이 주도했던 소장파 활동은 이후 양대 정당의 초선 그룹을 통해 명맥을 이어왔는데, 지금 양당의 초선 의원들은 홍위병이라 불릴 만큼 지도부에 순응하는, 더 정확히 말하면 공천권자를 추종하는 집단이 됐다.

민주당 초선들은 아예 목소리를 잃은 듯하다. 이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두 의원 외에 최근 당의 방향을 놓고 목소리를 높인 초선은 거의 없는데, 그럴 수 없는 구조였다. 금태섭 등 소장파라 부를 만한 이들이 이미 당을 떠났고, 친명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면 극렬 지지층의 타깃이 되는 데다, 그런 당원의 힘을 더 키워주는 당헌 개정까지 이뤄졌다. 당이 쪼개질지 모를 상황이지만, 민주당 초선들은 ‘친명 공천권’에 안주하기를 택한 양 조용하기만 하다.

양당 초선 그룹의 이런 모습은 우리 정치의 여러 문제를 웅변한다. 권력을 가진 쪽에 서야 공천이 가능한 후진적 정당 민주주의, 내부의 비판적 목소리를 용납하지 못할 만큼 극단적인 여야 대결 정치, 뚜렷한 소명 의식 없이 정치판에 들어와 기존 체제에 함몰돼버리는 정치인의 자질 등이 복합돼 있다. 이 또한 이번 총선에서 물갈이해야 할 병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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