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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타다 금지법’ 만든 정치, 이젠 ‘직방 금지법’ 만들려 하나

행인이 지난달 29일 서울 은평구의 빌라촌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전월세 안내문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공인중개사법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21일 심의할 개정안에는 부동산 공인중개사협회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임의단체인 협회를 법정단체로 격상하고, 개업 중개사의 협회 가입을 의무화하며, 부동산 거래 질서 교란 행위의 단속 권한, 행정처분(과태료·영업정지·등록취소) 요청 권한을 부여한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민주당이 적극 주장해 국토교통위 심사 안건에 포함됐다.

발의 후 1년 넘게 아무런 의지를 보이지 않던 당에서 총선이 다가오자 갑자기 이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표퓰리즘’이란 의심을 지우기 어렵게 한다. 공인중개사 자격증 소지자는 52만명, 개업 중개사는 11만명이나 된다. 그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김 의원은 “다른 자격사 제도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공인중개사협회의 권한을 강화한다고 설명했지만, 그런 권한을 가진 변호사 협회가 법률 서비스 플랫폼 업체 ‘로톡’의 영업을 부당하게 가로막다 사법기관에서 제지당한 선례가 있다. 그런 권한이 없었던 택시기사 단체도 ‘타다’의 영업을 기득권과 다수의 힘으로 불법화해 혁신적인 신산업을 좌초시켰다. 4년 전 그 기득권에 편승해 택시기사 표를 얻으려고 ‘타다 금지법’을 만들었던 이들이 이제 공인중개사 표를 얻으려 그들에게 ‘직방’ ‘다방’ 등 중개 플랫폼 무력화 권한을 주는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공인중개사의 협회 가입 의무화, 협회의 부동산 거래 질서 단속권과 행정처분 요청권 등은 부동산 중개 시장의 기존 사업자에게 신규 사업자를 내쫓도록 허용하는 조치와 다르지 않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강행됐던 타다 금지법이 이번 총선을 앞두고 직방 금지법으로 되살아나려 하고 있다. 후진적 정치에 의한 산업의 퇴보가 이렇게 반복된다면 한국 경제의 미래는 암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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