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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월등한 ‘정부 견제론’… 유권자는 대통령의 변화를 원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030 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와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선을 넉 달 앞둔 여권의 상황은 총체적 위기에 가깝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몇 달째 30%대 중반에 갇혀 있고, 국민의힘은 보궐선거 참패 후 40일 넘게 혁신 작업을 벌이고도 지지율이 반등하지 못했다. 내년 총선에서 서울 49개 지역구 중 강남 6곳만 우세하다는 절망적인 자체 분석 결과도 공개됐다. 수도권 위기론과 ‘영남 자민련’ 우려가 점차 현실이 돼 가는 중이다.

극단적 여소야대 국회를 재편하는 이번 총선은 역대 어느 총선보다 정권의 국정 동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여당이 안정적인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윤석열정부는 지난 1년 반처럼 거야의 의회 권력에 끌려 다니는 처지를 피하기 어렵다. 국정의 핵심 의제들이 입법 장벽에 가로막혀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남은 3년을 보내게 될 수 있다. 여권이 그동안 여소야대 국면에도 야당과의 충돌을 불사하며 어렵게 국정을 끌어온 것은 어떻게든 총선에서 의석을 되찾아 임기 후반부에 성과를 내려는 의도였을 텐데, 지금 그 전략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여권의 총선 전망이 암울함을 보여준 국민일보 창간 35주년 여론조사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정부 견제론과 지원론의 격차다.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답변(53%)이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40%)보다 월등히 많았고, 그 차이가 한 달 전보다 훨씬 벌어져 있었다. 특히 총선 승패를 좌우할 중도층에서 견제론(63%)이 지원론(29%)의 배 이상 됐으며, 여권의 텃밭인 대구·경북에서도 견제론(42%)이 지원론(45%)에 필적할 만큼 높았다. 견제론은 정부에 대한 불신을, 지원론은 기대를 뜻한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이 오차 범위 이내로 엇비슷하게 나온 조사에서 지원론이 이렇게 열세라는 사실은 윤 대통령에 대한 유권자의 기대가 그만큼 쪼그라들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일 것이다. 지난 1년 반의 국정에서 체감할 성과가 별로 눈에 띄지 않고, 그런 상황에서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에 대한 피로도가 커져만 갔다. 가깝게는 잔뜩 기대했던 부산엑스포가 허망한 실패로 끝났고, 멀게는 원대하게 출발했던 3대 개혁(교육·노동·연금)이 지지부진해졌다. 여전히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영업사원을 자처하며 각국을 다니는 대통령에게 기대를 걸어보려 해도, 국내에서 굳어진 불통 이미지가 그것을 상쇄한다.

여론조사의 각종 수치는 윤석열정부의 전반기 성적이나 다름없다. 성적표가 지금 나왔음을 여권은 다행이라 여겨야 한다. 총선까지 아직 시간이 있다. 당장 성과를 만들어낸 순 없으니 유일한 전략은 과감한 변화를 주는 것일 테다. 당도, 정부도 정치하고 일하는 방식을 확 바꿔야 한다. 그중에서 유권자가 가장 기다리는 건 대통령의 변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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