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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5전 5패 공수처, 존재 이유 무엇인가

수사 능력 입증 실패한 ‘김진욱 공수처’… 존립 여부 원점서 검토해야

수사 무마 대가로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김모 경무관이 지난 7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두번째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뇌물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재청구한 현직 경무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또 기각됐다. 영장 발부 여부가 피의자의 유무죄나 수사의 잘잘못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음은 상식이다. 그러나 이번은 경우가 다르다. 출범 후 3년 동안 청구한 5차례의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사건은 공수처가 직접 범죄 혐의를 포착해 수사에 나선 첫 인지사건이다. 지난 8월 구속 필요성과 상당성 부족을 이유로 영장이 기각되자 3개월여 동안 보강 수사를 벌이기도 했다. 김진욱 공수처장의 임기가 내년 1월로 끝나기에 1기 공수처는 끝내 수사 능력을 스스로 입증할 수 없게 됐다.

공수처는 기소를 독점해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는 검찰을 견제하고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를 색출한다는 대의를 앞세웠지만 3년 만에 존재 이유를 의심받는 처지로 전락했다. 그런데 이는 공수처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외부의 압력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정치적 편향성, 부실·특혜 수사 논란으로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을 피의자로 소환하면서 관용차량을 제공한 황제조사 논란, 국회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할 때의 위법 논란, 공수처 수사 대상이 아닌 기자·시민단체 회원 등에 대한 불법 사찰 논란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후임자 물색에 나선 김 처장의 처신이 구설에 올랐고, 인사 전횡을 비판하는 내부 인사의 칼럼이 물의를 빚었다. 수사 능력은 한번도 증명하지 못한 채 불공정성과 편향성만 잔뜩 드러냈던 것이다.

이제 존립 여부까지 포함한 공수처의 위상과 방향을 검토할 때가 됐다. 지난 3년 공수처는 연평균 예산 152억원을 쓰면서 직접 기소 3건, 검찰에 공소제기 요구 5건이 실적의 전부였다. 올해는 기소가 단 한 건도 없다. 기소 3건 중 2건은 1심에서 무죄가 나왔고, 재판 중인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은 야당이 강행 처리한 검사 탄핵의 빌미가 됐다. 당연히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공수처가 인력·예산이 부족하다고 변명할 때는 이미 지난 것이다. 국회는 다음 처장 후보 추천에만 관심을 가질 게 아니다. 빈손에 가까운 초라한 성적표를 인정하고,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 뒤에도 공수처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공수처 구성원들이 제대로 일할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처장의 개인적 성향에 막강한 권한을 가진 국가기관이 휘둘리지 않을 장치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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