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전체기사

[시가 있는 휴일] 다녀오겠습니다


강남역 8번 출구 앞, 철탑에 올라가 있는 동료들에게 밧줄에 밥 실어 올려주던 재복씨가 휴가를 신청합니다. 밥줄 끊기고 천막 농성장에서 산 지 1882일째, 장기 농성자도 날마다 일했으니 휴가가 있어야죠, 다녀오겠습니다.

휴가 나온 재복씨가 집에 돌아와 밥부터 합니다. 냉장고 뒤져 청소하고 장 보고 가스레인지 닦고 어묵과 멸치도 볶습니다. 이미 두 딸은 아버지를 기다리지 않은 지 오래, 학교 가고 공부하고 알아서 알바 다닙니다.

휴가 동안 재복씨가 친구 가구 공장에 알바를 다닙니다. 큰아이 대학 입학 예치금과 작은아이가 점찍어둔 롱패딩 사주려고. 컵라면과 삼각김밥으로 때우는 알바 청년 도시락도 싸고 고장 난 보일러를 고칩니다.

일주일의 휴가를 끝내고 천막 농성장으로 출근하며

재복씨가 아이들에게 인사합니다.

강남역 앞 천막 농성자 재복씨의 1주일 휴가를 담백하게 전한다.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 장기 농성장 속 한 아버지의 얼굴이 드러난다.

“다녀오겠습니다.”

-김해자 시집 ‘니들의 시간’ 중

강남역 앞 천막 농성자 재복씨의 1주일 휴가를 담백하게 전한다.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 장기 농성장 속 한 아버지의 얼굴이 드러난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