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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심과 거꾸로 가는 여야… ‘누가 더 못 하나’ 경쟁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6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만나 악수를 나눈 후 고개를 돌려 자리에 앉고 있다. 이한형 기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거대 양당의 정치가 민심과 정확히 거꾸로 가고 있다. 윤석열 정권과 이재명 체제가 들어선 뒤 두 당은 국회를 극한 대결의 장으로 격하시켰다. 대화를 거부한 마이웨이와 반대를 위한 반대가 충돌하고, 입법 폭주와 거부권이 대치하는 정치판에서 민생은 말로만 떠드는 허망한 가치로 전락했다. 이런 정치를 바라보는 민심의 따가운 눈초리 속에서 총선이 다가오자 앞서거니 뒤서거니 혁신을 외쳤는데, “달라지겠다”던 당초 선언과 정반대의 결과물이 7일 양당에서 나란히 도출됐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이날 활동 종료를 선언했다. 2주 이상 시한이 남았는데 서둘러 접었다. 스스로 ‘절반의 성공’이라 평할 만큼 40여일간의 ‘혁신’은 정치 기득권의 장벽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인요한 위원장은 “국민 눈높이에서 국민이 뭘 원하는지 파악한 것”을 절반이나마 성공한 결과물로 꼽았다. 그렇게 당에 전달된 민심의 요체는 인적 쇄신이다. 지도부·중진·친윤의 희생을 주문했지만, 당사자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전권을 약속했던 김기현 대표조차 혁신위 요구를 뭉개며 조기 해산으로 내몰았다. 보궐선거 참패로 시작된 혁신은 보선 이전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는 상태로 막을 내렸다.

민주당은 중앙위원회를 열어 당헌 개정안을 결국 통과시켰다.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 표의 반영률을 지금보다 3배 이상 높이는 조항이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됐다. 이재명 대표의 극렬 지지층인 ‘개딸’ 세력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것이다. 권리당원의 주축인 이들은 그동안 문자 폭탄과 협박 댓글로 개입하던 당의 노선을 이제 합법적인 표의 힘으로 좌지우지하게 됐다. 성과가 저조한 현역의원의 공천 불이익 강화 규정도 함께 통과됐는데, 두 가지 모두 친명 체제를 대폭 강화하는 조치로 꼽힌다. 비명계에서 “민주당이 나치당처럼 돼 간다”는 말까지 나왔지만, 이 대표를 비롯한 친명 진영은 이를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혁신”이라 주장했다.

여당 혁신위가 파악한 것처럼, 민심은 윤석열 대 이재명의 지난 대선 진흙탕 대결 구도가 2년째 계속되고 있는 정치판을 확 바꾸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친윤 일색을 깨려던 혁신안을 여당은 뭉갰고, 야당은 오히려 친명 체제를 강화하며 그것을 혁신이라 우겼다. 유권자는 양당에 각각 도덕성 심판과 보선 참패란 경고를 보내 변화를 요구했지만, 두 당은 정반대의 엉뚱한 답을 내놓았다. 계속 이렇게 ‘누가 더 못 하나’ 경쟁만 한다면 표로 심판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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