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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으로 퍼진 ‘문화슬세권’… 지역 소멸위기서 답을 찾다

지역 발전 이끄는 문화도시

문화 장벽 해소·도시 브랜드 창출
지역 콘텐츠 발전소 역할 등 성과
정부, 내년 13곳 선도거점 집중 육성

부산 영도주민 40여명으로 구성된 공연단이 지난 9월 영도구 물양장에서 열린 ‘2023 문화도시 박람회 국제 컨퍼런스’ 개막식에서 창작 춤 ‘춤추는 영도’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라 지정된 법정 문화도시 24곳은 내년부터 운영될 예정인 대한민국 문화도시 사업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지역문화진흥원 제공

‘대한민국 문화도시’ 출범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경기, 강원, 충청, 경상, 전라, 제주 등 광역권 선도거점 7곳(도시 13곳)을 대한민국 문화도시로 지정해 내년부터 4년간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앞서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라 지정된 전국의 법정 ‘문화도시’ 24곳은 저마다의 독특한 문화자원을 활용해 이미 지역 발전과 문화 부흥을 이끌고 있다. 이들 문화도시는 대한민국 문화도시의 나아갈 길을 비출 살아 숨쉬는 역사가 된다. 새롭게 출범할 대한민국 문화도시의 성공을 위해 기존 문화도시의 성과를 두차례에 걸쳐 되짚어본다.

문화도시는 지역별 특색 있는 문화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도시 발전을 이루고 시민의 문화적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문체부가 선정해왔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차례에 걸쳐 총 24곳이 문화도시로 지정됐다.

문화도시는 5년간 최대 200억원(국비 50% 포함)을 지원받는다. 이를 이유로 문화도시 선정 공모에 참여한 지방자치단체만 104곳에 이른다. 전국 광역·기초지자체 243곳 중 103곳은 직접 도시의 고유문화 여건을 진단하고 도시를 발전시킬 중장기 전략을 수립했다. 특히 문화도시는 자생적으로 지역 문화 발전을 진두지휘할 지역문화재단 설립에 큰 영향을 줬다. 정부의 문화도시 관련 사업이 시작되기 전인 2018년 71곳이던 지역문화재단은 지난해 117곳으로 64.7% 늘어났다.

부산 영도구에서 지난 9월 열린 ‘2023 문화도시 박람회&국제 컨퍼런스’ 행사는 크게 문화슬세권 조성 존, 도시브랜드 창출 존, 문화산업 육성 존, 지역소멸 대응 존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이들 구역의 이름은 문화도시가 이끈 대표적 성과다.

김기재 전국문화도시협의회 의장(영도구청장)은 10일 “지역 인구소멸 위기, 청년 일자리 감소, 사회적 단절감 심화 등을 완화하는 게 시대의 사명이자 문화의 사명”이라며 “도시 발전을 위해서는 문화의 역할이 더욱 심도 있게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슬세권 만들다


문화도시는 문화 장벽을 해소하며 시민들의 문화 여건을 개선했다. 접근성이 향상되면서 일상에서 시민들은 슬리퍼를 신고도 쉽게 문화를 접할 수 있게 됐다. 이른바 ‘문화슬세권’이 전국 곳곳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문화슬세권 형성을 통해 지난 2021년 300곳이던 전국의 문화공간은 지난해 3407곳으로 무려 1133%나 증가했다. 이에 따른 문화공간 방문자 수도 10만명에서 70만명으로 폭증했다. 빈집, 카페, 공방, 서점 등 유휴·민간 공간을 적극 활용한 전략이 적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북 완주군은 ‘우리 동네 문화공유 공간’ 등 민간 공간과 도농복합도시 특성을 살려 ‘별별 마을회관’ 등을 연계해 주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강원도 원주시는 유휴 공간을 ‘진달래홀’로 리모델링해 시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문화거점 공간으로 만들었다. 춘천시는 카페, 음식점, 볼링장 등을 시민들이 쉽게 모일 수 있는 사랑방 등으로 탈바꿈했다.

조재우 춘천문화도시센터 시민문화팀장은 “도시 구성원 모두가 나아갈 방향을 함께 고민했고 그 시간과 경험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도시의 자존감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브랜드 창출하다

문화도시는 지역 고유문화를 고스란히 도시브랜드로 자리잡게 했다. 이지원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부교수는 “사람들은 이제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자신만의 브랜드와 디자인을 만들어내고 생활 속에 적용하는 데 익숙하다”며 “전국 각지에서 문화도시 사업이 펼쳐지니 최근 10년간 도시브랜드 분야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고 분석했다.

제주도 서귀포시는 자연적·문화적 가치가 융합된 문화원형인 105개 마을 고유 문화(노지문화)를 문화축제 ‘봄꽃하영이서’, 로컬브랜드 마켓 ‘놀멍장’, ‘서귀포 기후예술 프로젝트’ 등 글로벌 생태문화도시 브랜드로 구축하고 있다. 도시의 섬 지역 문화적 특징을 활용한 영도구 문화도시 브랜드 ‘한 선 잇기’는 지난해까지 세계적인 디자인 어워드 4관왕을 석권했다.

경남 김해시는 문화도시 예산 1%를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도를 활용해 만든 문화도시 공식 캐릭터 ‘토더기’와 슬로건 ‘돈워리 김해피’를 채택했다. 경북 칠곡군은 도시 내 다양한 인문적 가치를 활용해 ‘인문경험의 공유지 칠곡’ 브랜드를 만들어냈다.

창의 산업 육성하다

문화도시는 지역 경제 활성화와도 직결된다. 문화도시가 지역을 살리는 이른바 지역 콘텐츠 발전소 역할을 했다.

강원도 강릉시는 시민 누구나 숨어 있는 지역 자원과 창의적 아이디어를 결합해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도록 ‘로컬콘텐츠 랩’을 운영하고 있다. 전북 익산시는 1970년대 국내 유일 귀금속 보석산업단지를 보석문화거리로 조성해 활력을 불어넣으려 하고 있다.

충남 공주시는 세계유산을 자산 삼아 ‘시민의 삶이 역사가 되는 현장, 미래 유산도시 공주’ 비전을 추구 중이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수십년간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이끈 울산시는 풍요 속에서 시민 공동체가 감내한 희생과 상처에 주목했다. 아픔을 어루만지고 시민과 시민을 이어 결과적으로 지속 발전이 가능하도록 도시의 핵심을 문화로 설정했다.

경북 포항시는 지역 내 글로벌 과학·기술 자원에 주목, 철·기술·예술을 융합한 문화산업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충남 천안시는 문화 콘텐츠 개발 및 문화창업 지원, 크라우드 펀딩 참여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며 지역의 문화적 지속가능성을 찾아가고 있다.

김민 기자 ki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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