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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에서 구조, 다시 안락사 위기… 태풍이의 운명은 [개st하우스]

학대 동물 소유권 박탈 못해
구조 10일 지나면 안락사 위기
110마리 보호소 구조견 10배 몰려
“공공보호소 수용 규모 키워야”

3살 비글 믹스견 태풍이와 조신애 활동가가 행동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학대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태풍이는 사람이 발을 들면 공포 반응을 보여, 산책 혹은 일상 교감에 종종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병준 기자
“동물보호과 공무원으로부터 제보가 들어왔어요. 주인에게 얻어맞는 개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서 견주와 격리한 뒤에 유기동물 보호소로 보냈는데 공고 기간이 지날 때까지 입양이 안돼서 곧 안락사를 집행한다고요. 기껏 학대하는 전 주인에게서 구조했는데 안락사로 생을 마감해야 한다면 얼마나 비참한 일입니까.”
-동물구조단체 팅커벨프로젝트, 황동열 대표

견주는 하루도 쉬지 않고 개를 때렸다고 합니다. 아파트 단지는 얻어맞는 개 비명소리와 남성의 고함 탓에 밤낮으로 시끄러웠습니다. 견디다 못한 이웃은 경찰서에 신고했고, 경찰과 구청 공무원이 함께 현장에 출동했습니다. 그간 녹음된 학대 소음과 다수의 주민 증언을 들이밀자 견주는 동물학대 혐의를 순순히 인정했죠.

지자체 공무원은 동물학대 정황이 분명하다고 판단할 경우 피학대 동물을 소유자로부터 격리할 수 있습니다. 학대 재발을 방지하고 시보호소 등에서 피학대동물을 최소 3일간 보호하는 동물보호법 제34조 긴급격리제도입니다. 아무리 학대를 저질러도 주인의 소유권은 박탈할 수 없습니다. 대신 격리기간 하루당 약 4만원의 보호비용을 청구하고, 만약 주인이 비용 지불을 거부하면 비로소 동물 소유권은 정부로 넘어옵니다.

명랑한 비글과 활발한 잭러셀테리어가 섞인 3살 믹스견 태풍이가 그랬습니다. 태풍이를 매일 때리던 견주는 10일치 보호 비용을 내지 않았고, 태풍이의 소유권은 서울 종로구청으로 넘어왔습니다. 주민들은 태풍이가 마침내 못된 주인 품을 벗어났다며 안도했죠.

하지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절차상 피학대 동물이 보내지는 곳은 여타 유기동물과 다를 바 없이 안락사가 시행되는 시보호소입니다. 겨우 주인의 학대를 피했는데 다음 절차는 안락사라니 주인을 잘못 만난 죄로 태풍이의 견생은 위태로웠습니다.

가엾은 태풍이를 품어주세요

태풍이가 입소한 곳은 경기도 양주의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동구협) 보호소였습니다. 서울시 20여개 구에서 발생하는 연간 1만여 마리의 유기·피학대 동물을 수용하는 위탁 보호소죠. 수용 규모는 1100마리 정도인데 매년 그 10배에 달하는 동물이 밀려들어 보호공간은 항상 부족합니다. 법정 공고기간 10일을 넘겨 안락사 대기명단에 오른 동물들이 수개월씩 집행을 유예받고 있지만 보호소 공간이 가득 차면 별수 없이 밀어내기식 안락사를 당합니다.

태풍이는 지난해 3월 입소한 뒤 철창에서 4개월을 보냈습니다. 그해 7월, 태풍이에게 안락사 집행이 예고됩니다.

하지만 태풍이는 운이 좋았습니다. 안락사 명단을 관리하는 서울시 동물보호과의 공무원이 태풍이의 안타까운 사정을 알게 됐거든요. 공무원은 다수의 동물단체들에 연락해서 딱한 태풍이를 구조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다행히 한 곳이 응답했습니다. 동물구조단체 팅커벨프로젝트(팅커벨)입니다. 팅커벨은 매달 동구협을 방문해 안락사가 임박한 유기 피학대동물 3~4마리를 구조해 입양 보내고 있습니다.

팅커벨 황동열 대표는 “피학대동물을 구조한 것은 잘한 일이지만 기껏 구조한 동물이 안락사로 생을 마감하도록 방치하는 건 학대보다 더 큰 학대 상황이라고 판단했다”면서 “새로운 견생을 선물하고 피학대동물들의 열악한 상황을 알리기 위해 태풍이를 구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새내기 활동가와 단짝된 태풍이

태풍이는 지난해 7월 팅커벨의 강서구 입양센터에 입소했습니다. 팅커벨 입양센터는 23마리를 수용하는 소규모 보호소로 동물을 안락사 없이 보호하며 가족을 찾아주는 곳이죠.

낯선 보호소에 적응해야 하는 태풍이에게 때맞춰 반가운 동기가 생겼습니다. 같은 날 팅커벨에 입사한 새내기 조신애(32) 활동가입니다. 조 활동가는 입양센터에서 동물 돌봄과 입양상담 업무를 담당했고, 1년 4개월간 꾸준히 태풍이의 성장을 지켜봤습니다. 활동가의 휴대전화 속에는 학대의 아픔을 이겨내며 밝게 지내는 태풍이의 촬영물이 가득했습니다. 입소 첫날 촬영한 사진부터 하나하나 꺼내며 조 활동가는 태풍이와의 지난 추억을 풀어냈습니다.

“활발하기로 악명높은 잭러셀테리어와 비글 믹스견이 들어온다고 해서 걱정이 많았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오자마자 배변패드를 갈기갈기 찢었어요. 콧등에 패드 잔해를 붙인 채 해맑게 다가오는데 너무 귀여워서 화도 쏙 들어갔어요.”

“마음 아픈 순간도 있었어요. 앞을 지나다 발을 살짝 들기만 해도 태풍이는 소스라치게 놀라거든요. 평소 밝은 아이라 몰랐는데 학대의 아픔이 있구나. 쉽게 잊힐 기억이 아니구나 싶었죠.”

“돌보던 아이가 입양 가면 정말 많이 울어요. 태풍이는 저의 입사 동기 같은 친구인데…. 함께하는 날이 늘어날수록 태풍이에겐 가족 없이 쓸쓸한 시간이 길어지는 거잖아요. 하루빨리 태풍이가 가족을 만나 입양센터 생활을 청산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9일 국민일보는 팅커벨 입양센터에서 태풍이와 조신애 활동가를 만났습니다. 이날 현장에는 태풍이의 입양 적합도를 평가하기 위해 13년차 행동전문가 미애쌤이 동행했습니다.

태풍이는 넉살 좋게도 취재진의 품에 달려와 안겼습니다. 구령에 맞춰 ‘앉아’ ‘손’까지 착착 해내는 것을 보니 조 활동가가 바쁜 일과 틈틈이 개인기를 가르친 보람이 있더군요. 사회성이 좋아서 산책 중에는 낯선 개들과 순하게 인사를 주고받았습니다.

교육을 받은 태풍이는 활동가와 교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병준 기자

밝고 건강한 태풍이지만 걱정했던 트라우마 행동도 보였습니다. 취재진이 30㎝가량 가까이에서 발걸음을 옮기자 많이 놀라더군요. 행동전문가 미애쌤은 해법으로 산책 기초교육을 제시했습니다. 보호자와 속도를 맞춰 한 걸음 내딛고 간식으로 보상받고, 익숙해지면 걸음 수를 조금씩 늘려가는 방식입니다. 이 교육을 반복하면 사람 발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보호자와의 유대감을 키울 수 있습니다. 약 1시간 교육을 마치자 사람 발을 피하기 바빴던 태풍이는 어느새 조 활동가의 곁에서 편안히 걸을 수 있었습니다.

학대의 아픔을 딛고 반려견으로 거듭나려는 3살 비글 믹스견, 태풍이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관심있는 분은 기사 하단의 입양신청서를 작성해주시기 바랍니다.

안락사 대기, 학대자에게 반환…피학대동물의 슬픈 최후

게티이미지

주인을 잘못 만난 피학대동물들은 구조 이후에도 동물보호소에서 안락사를 기다리며 고통스러운 삶을 살게 됩니다. 국민일보가 서울시에 정보공개청구한 ‘서울 25개 자치구별 피학대동물 긴급격리조치 시행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20년 1월부터 2023년 6월 중 격리조치된 피학대동물은 112마리로 파악됐습니다.

피학대동물의 74%(83마리)는 공공보호소로 입소했습니다. 생사를 파악할 수 없지만 대부분 공고기간 이후 안락사 처리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약 2%(2마리)는 격리를 마친 뒤 학대 신고된 원래 주인에게 반환됐습니다. 7%(8마리)는 주인이 소유권을 포기하자마자 지자체의 협조로 곧장 동물보호단체로 이송됐죠. 나머지 17%(19마리)는 학대범과 정부가 1년째 소유권 분쟁 중입니다.

동물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긴급격리제도가 결국 안락사로 이어지는 상황은 모순적입니다. 하지만 유기·피학대동물의 처우가 열악한 현재로서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동물단체 설명입니다. 동물자유연대의 채일택 정책팀장은 “구조의 끝에 안락사가 있다는 사실은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학대 상황에 놓인 동물을 방치할 수는 없다”면서 “공공보호소의 수용 규모를 키우는 방향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또 피학대동물을 학대자에게 돌려보낼 경우 재발 방지를 위한 예방교육 수강 의무를 강화하는 등 개선의 여지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채 팀장은 “아동학대의 경우 원가정에서의 보호가 아동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되면 학대자 교육 등 재발 방지 조치를 마련해 원가정으로 복귀하도록 유도한다”면서 “동물학대 또한 잘못된 양육지식에서 비롯하고 개선의 여지가 있다면 알맞은 교화 방법을 마련해 해당 가정으로 돌려보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학대 아픔 딛고 반려견으로 거듭나려는 3살 믹스견, 태풍이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 3살, 10kg, 중성화 수컷 (배변패드 잘 사용함)
- 사람을 좋아하고 활발함. 다른 동물과도 잘 교감함
- 안기는 것을 즐기고, 애교가 많음. 눈앞에서 발을 높이 들면 무서워함

■입양문의는 아래 이메일로 보내주세요
- tinkerbell0102@hanmail.net

■태풍이는 개st하우스에 출연한 123번째 견공입니다(97마리 입양 완료)
- 입양자에게는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로얄캐닌이 동물의 나이, 크기, 생활습관에 맞는 ‘영양 맞춤사료’ 1년치(12포)를 후원합니다.


이성훈 최민석 전병준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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