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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줄줄이 문닫는 탄광들… 강원도가 흔들린다

태백 장성 광업소 내년 6월 폐업
자영업자 도산… 인구 급속 감소
道, 고용 산업위기 지역 지정 추진

강원도 태백시 장성광업소에서 작업을 마친 광부들이 장성갱구 입구로 빠져나오고 있다. 장성광업소는 단일 광업소로는 국내 최대 규모였지만 내년 6월 폐광될 예정이다. 태백시 제공

강원도 태백시 장성동 장성중앙시장에서 6일 만난 지창숙(52·여)씨는 “내년 6월이 다가오는 게 큰 걱정”이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떡 가게를 운영하는 지씨는 “태백 전체의 경제를 이끌어온 장성광업소가 6개월 뒤에 문을 닫는다”며 “자영업자들이 많이 힘들어질 것 같다. 걱정이 이루 말할 수 없다”고 걱정했다.

지씨의 상점을 찾은 오옥수(71·여)씨는 “45년 동안 장성동에서 세탁소를 하며 한평생을 보냈는데 아무런 대안없이 광업소가 문을 닫으면 어쩌란 말이냐”며 “지금의 태백은 장성광업소로 인해 성장하고 발전해온 곳이다. 문을 닫으면 지역에 엄청난 여파가 밀려올 것”이라고 말했다.

두 상인은 폐광이 예고돼 있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모두 손을 놓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오씨는 “장성광업소는 지역에서 가장 큰 기업으로 광업소에 준하는 사업체가 들어와야 지역이 유지될 수 있다”며 “폐광이 당장 6개월 앞으로 다가왔는데 눈앞에 보이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우려했다.

오옥수(왼쪽)·지창숙씨가 지난 6일 강원도 태백시 장성중앙시장 안에 있는 지씨의 상점에서 장성광업소 폐광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태백시 제공

태백·정선·삼척·영월 등 강원도 폐광도시는 석탄산업이 활황이던 1980년대 ‘동네 개도 돈을 물고 다닌다’는 이야기가 있을 만큼 잘사는 도시였다. 특히 장성광업소는 단일 광업소로는 국내 최대 규모였다. 1936년 삼척개발주식회사가 삼척에 설립한 삼척탄광이 1951년 장성광업소와 도계광업소로 분리되면서 만들어졌다. 두 광업소는 1980년대 초 종사자가 8000여명을 넘어설 정도로 규모가 컸다. 많은 인구 유입으로 태백은 1981년 시로 승격됐다. 당시 인구는 11만4095명에 달했다.

오씨는 “30년 전에 세탁소 건물 월세가 태백에서 가장 비싼 40만원이었다. 장성광업소가 지역 경제의 중심에 있었던 것”이라며 “당시에는 이틀만 영업해도 월세가 나올 정도로 경기가 좋았다”고 회고했다.

1989년 석탄산업 합리화정책이 시작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도내 탄광 160여개가 석탄산업 합리화정책으로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실직자들은 도시로 떠났다. 경제성 있는 탄광만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합리화정책은 탄광 도시의 몰락을 가져왔다. 도시는 순식간에 성장 동력을 잃었다. 지난 6월 말 현재 태백의 인구는 3만8918명에 불과하다.

이미 한차례 폐광 직격탄을 맞은 태백·삼척에 또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대한석탄공사가 태백 장성광업소를 내년 6월에, 삼척 도계광업소를 2025년 6월에 각각 폐광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예정대로 두 곳이 폐광하면 2025년에는 민간에서 운영하는 삼척 상덕광업소만 남는다.

두 광업소의 폐광은 탄광 도시 황폐화에 가속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강원도가 지난해 실시한 탄광지역 폐광 대응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폐광 시 태백의 피해 규모는 3조3000억원, 삼척은 5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지역내총생산(GRDP)은 삼척과 태백에서 각각 9.6%, 13.6%가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삼척 도계읍에 가장 많은 5조3000억원의 피해가 집중된다. 장성동의 피해도 2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또 태백에서는 876명(장성동 722명), 삼척 1685명(도계읍 1603명)의 대량실업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폐광 여파는 이미 시작됐다. 태백상공회의소가 최근 발표한 2023년 3~4분기 태백지역 경제동향조사 보고서를 보면 태백 인구는 2023년 9월 말 기준 3만8729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3만9637명보다 908명이 줄었다. 총 취업자는 170명으로 전 분기 대비 25.8% 감소했다. 일자리 부족으로 30대층이 다른 지역으로 상당수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태백상공회의소는 보고서에서 “장성광업소의 인원 감축, 대체산업 부재에 따른 구직난, 지역 경기 침체에 따른 자영업자들의 폐업 등으로 말미암아 전출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성지역 현안 비상추진위원회는 “지금까지 석탄 광산의 폐광으로 마을이 사라지는 모습을 수없이 지켜봤기에 대책 없는 폐광은 지역경제 붕괴와 지역 공동화를 가속하게 될 것”이라며 “장성지역이 소멸하지 않고 후손들이 행복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석탄공사와 정부는 책임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원도는 두 지역의 피해를 최소화 하기위해 고용위기지역과 산업위기 특별대응지역 지정 추진에 나섰다. 고용위기지역은 고용 악화나 급격한 고용 감소가 예상되는 지역에 지정된다. 2018년 조선업 장기침체로 대량실업이 발생한 경남 거제·통영·고성·울산 동구 등 4개 지역과 GM공장, STX 조선해양 구조조정으로 전북 군산, 창원 진해구가 지정된 바 있다. 생활안정을 위한 긴급 지원, 재취업 직업훈련 등을 위해 지역별로 국비가 지원된다.

태백·삼척시는 관련 협의를 마친 후 이달 중 고용노동부에 고용위기지역 지정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이르면 내년 1월 최종 지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 지정에도 나설 계획이다. 특정산업 위기로 대규모 휴업·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지역을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정한다. 대체산업 육성, SOC 구축, 금융 지원 등 지역별로 1조5000억원 상당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정일섭 강원도 글로벌본부장은 “폐광지역의 대체산업 발굴과 고용위기지역 지정, 산업위기특별대응지역 지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며 “석탄산업에서 신산업으로 산업생태계의 변화를 이뤄 재도약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태백=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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