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시간이라도 비우면 마비” 위기의 소아응급센터

“남은 의사들한테 부담 줄 수 없다”
관리자급 교수, 외래 줄이고 당직
채용공고 내도 ‘노예를 뽑나’ 반응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지도부와 공공병원 대표자 등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병원 예산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한 참석자가 회견 발언을 듣는 도중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과 격무에 부담을 느낀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현장을 떠나고, 전공의 역시 소아청소년과를 외면하면서 소아 중환자와 응급까지 전 분야가 도미노처럼 무너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관리자급 의사가 추가 근무를 하거나 성인 응급 전문의까지 투입해 자구책을 찾고 있지만 “1시간이라도 공백이 생기면 백업할 인력이 없어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다름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북의 한 병원 소아응급센터는 지난 6월 의사 1명이 그만둔 뒤 충원하지 못해 현재 6명이 당직근무를 서면서 겨우 버티고 있다. 여기에 1명이 추가로 휴직에 들어갈 예정이다. 다행히 1명을 채용했지만 내년 3월이 돼야 출근할 수 있어 당장 내년 1월과 2월에는 소아응급실 운영이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병원은 임시방편으로 관리자급 교수 2명이 외래 진료를 축소하고, 소아응급실 당직근무를 서기로 했다. 내부에선 전체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추가로 소아응급실 당직근무를 하는 방식을 고민했지만, 지금도 격무로 고된 상황이라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이 병원 소아응급센터 교수는 “남아 있는 의사 모두에게 소아 환자의 위험이 더해진다면 현장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결국 병원에서 직책을 맡고 있는 관리자들이 위험을 전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의료진 부족으로 소아 전문 응급의료센터 운영을 주 5회로 단축 운영키로 한 충남의 대학병원 역시 급한 대로 성인 진료를 담당하는 응급의학과 교수를 투입했다. 소아 응급환자 경험이 부족한 점을 고려해 이 교수는 ‘7세 이상’ 소아만 진료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실상 소아 응급환자의 80%는 7세 이하이기 때문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소아응급실 붕괴는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이 수년간 누적된 결과다. 소아 응급환자는 대부분 처치를 받고 귀가하지만 3~10%가량은 중환자실이나 병실에 입원해야 한다. 이때 병실 입원을 하려면 소아청소년과 입원 진료가 가능한 전문의, 야간·공휴일 당직의사가 여러명 필요하다. 소아 중환자실을 운영하는 병원도 찾아야 한다. 만약 이게 불가능하면 다른 병원을 찾아 전원시켜야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른 병원들도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부족해 전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의사들은 소아청소년과 기피 이유로 위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2017년 신생아 4명이 사망한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을 검찰이 기소한 것을 계기(2022년 대법원 무죄 확정)로 기피 현상이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10월 19일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에서 “가장 큰 원인은 이대목동병원 사태 같은 것이 작용했다고 본다”며 “형사 리스크를 완화해줘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 대학병원 소아응급센터 교수는 “채용 공고를 내도 지원하겠다는 경우는 거의 없고, ‘누가 지원하나’ ‘노예를 뽑나’라는 반응이 온다”며 “(필수의료) 현장이 어렵다 보니 동료들도 서로 격려하지 못하고 외면하는 현실이 서글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아응급센터 교수도 “병원 한 곳이 무너지면 인근 병원의 의료진 부담이 가중되고, 결국 인력이 떠나가는 악순환 구조”라며 “소아청소년과 또는 소아 응급 의사를 채용해서 부담을 덜어줘야 하는데 단기간에 해결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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