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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만 폐타이어 70개 수거… ‘바다 청소부’ 오늘도 출항

[공기업, 현장을 가다] ‘해양폐기물과의 전쟁’ 앞장서는 해양환경공단

지난달 24일 부산항 제5부두에서 잠수부들이 폐타이어 인양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부산항 인근을 순찰하던 청항선 파란호 소속 승무원들이 발견한 해양 쓰레기를 선상으로 끌어올리는 모습.

지난달 24일 오전 10시30분쯤, 부산항 제7부두와 제8부두 사이 해안을 순찰하던 청항선 '파란호' 선상에 고약한 냄새가 퍼지기 시작했다. 컨베이어 벨트 형태의 '필터 벨트'가 건져 올린 왜가리 사체에서 나는 냄새였다. 한 승무원의 입에서는 "하필 이걸 건져버렸다"는 푸념이 터져 나왔다. 동물 사체를 건지면 뒤따르는 이중고 때문이다. 승무원들은 귀항 때까지 꼼짝없이 냄새를 참아야 하는 것은 물론, 돌아가서는 구청에 연락해 사체를 인계하는 작업도 해야 한다. 김동하 항해사는 "일하다 보면 바다에서 온갖 것을 다 건져내지만, 그중에서도 썩은 짐승 사체나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건질 때가 가장 고역"이라고 말했다.

청항선은 항만 주변의 해양부유쓰레기를 수거하는 청소 전문 선박이다. 쓰레기가 선박의 스크루 안으로 빨려 들어가 사고를 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청항선의 작업에는 기계와 사람 손이 모두 필요하다. 승무원들이 약 5m 길이의 장대 끝에 달린 갈고리로 쓰레기를 배 정면으로 유도하면 전면부의 필터 벨트가 이를 배 위로 올려보낸다. 수거된 쓰레기는 귀항 때까지 갑판 위에 모았다가 이후 폐기물처리업체로 전달해 처리한다.

파란호가 1년에 수거하는 쓰레기는 300t에 달한다. 냉장고 같은 폐가전부터 인근 수산 시장의 생선 매대, 수초 더미, 페트병 등 생활 쓰레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이날도 두 시간 남짓한 순찰 시간 동안 왜가리 사체부터 공사장 바리케이드, 사무용 의자를 비롯한 각종 쓰레기가 파란호의 필터벨트 위로 올라왔다. 가장 비중이 높은 유형은 플라스틱 쓰레기다. 김 항해사는 “그중에는 아마 어망(폐그물)이 절반 이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수량이 많지 않은 11월부터 3월은 그래도 청항선의 ‘비수기’에 속한다. 이때는 대부분 관할 순찰과 민원 출동 위주로 근무가 진행된다. 반대로 장마가 계속되고 바람이 심하게 부는 여름철 우기와 태풍철은 가장 바쁜 시기다. 부러진 초목이나 지상의 각종 쓰레기가 바람과 물살을 타고 바다 위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바쁜 시기에는 작업 인원도 빠듯하다. 파란호에는 승무원 4명이 탑승하지만, 실제 수거 작업에 투입되는 인원은 최대 세 명이다. 한 명은 항상 항해 업무를 맡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팀원이 교육훈련이나 휴가로 대열을 이탈할 때는 작업 가능 인원이 2명까지 줄어든다. 한 승무원은 “이제 부산신항도 본궤도에 오르는 만큼 신항 쪽을 담당하는 청항선이 한 척 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 6~7월에도 파란호 승무원들은 빈번하게 오후 9시까지 연장근무를 실시했다. 태풍에 부러진 나뭇가지 등의 육상 쓰레기가 잔뜩 떠밀려 온 탓이었다. 수면을 시커멓게 덮은 부유층은 온종일 작업을 해도 사라지지 않았다. 이들의 연장근무가 필요한 때는 장마철만이 아니다. 기름 유출 사태 등의 대형 오염이 발생했을 때도 청항선은 제거 작업의 선봉에 선다. 20년간 청항선을 탔다는 박범석 파란호 선장은 “2007년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때도 현장으로 출동해 하루종일 작업을 했다”고 회상했다.

해양환경공단은 전국 14개 국가관리무역항 등 주요 항만 인근에서 총 22척의 청항선을 운용하며 해양부유쓰레기 수거 사업을 벌이고 있다. 2006년 건조된 파란호도 부산을 담당하는 4척의 청항선 중 하나다. 전국의 청항선들이 최근 5년간 건져 올린 해양부유쓰레기의 양은 연평균 4894t에 이른다. 올해 기준 100억5800만원의 예산이 편성돼 있는 중점 사업이다.

해양쓰레기와의 싸움은 수면 아래에서도 한창이었다. 같은 날 오전 11시30분, 부산항 제5부두에서는 오전의 마지막 잠수를 마친 잠수부 두 명이 지친 걸음으로 배 위에 올라서고 있었다. 이들은 항만 인근의 폐타이어 인양 작업에 동원된 잠수부들이다. 이들의 역할은 물속으로 가지고 들어간 로프를 침전된 타이어 사이로 통과시켜 묶는 것이다. 잠수를 마친 작업자들이 물 밖으로 빠져나오면 선박에서 크레인을 가동해 묶인 타이어들을 한 번에 배 위로 끌어 올린다.

한 번 들어가면 약 10분을 물에서 머무르는 이들은 이날 오전에만 이미 6회가량 작업을 진행한 상태였다. 현장 관계자는 “한 번 잠수하면 20~30분 정도는 휴식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제5부두에서 오전 동안 건져낸 폐타이어는 약 70개에 달했다. 무게로는 거의 7t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지름이 1m에 이르는 대형 타이어가 주를 이루는 데다, 물속에서 타이어 내부에 토사가 침적되다 보니 폐타이어 1개의 무게가 평균 100㎏을 넘어간다는 것이다.

바다에 폐타이어를 쌓는 ‘주범’은 선박이다. 항구를 드나드는 선박들은 비좁은 공간에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충격 흡수제로 폐타이어를 매달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이 타이어가 접촉 과정에서 하나둘씩 떨어지면서 항만 인근의 바다에 쌓이는 것이다. 이 같은 침적 폐타이어를 수거하는 사업은 최근 해양환경공단의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2020년 888개(96.8t)였던 폐타이어 수거량은 지난해 2304개(285.1t)로 대폭 늘었다. 올해는 2배 이상 늘어난 6514개(714.0t)를 건져 올린다는 것이 해양환경공단의 계획이다.

부산항 제5부두에서도 올해 12월까지 총 1374개(150t) 규모의 폐타이어 인양 사업이 계획돼 있다. 인근 해역에서는 잠수부 대신 인양 틀을 활용한 넓은 면적 단위의 인양 사업도 추진된다. 해양환경공단은 부산항 묘박지 주변 해역·몰운대 주변 해역을 통틀어 올해 부산에서만 총 370t의 타이어를 인양한다는 목표다. 여기동 해양환경공단 해양보전본부장은 “앞으로도 드론 해상 순찰과 청항선을 활용한 해양부유 쓰레기 수거활동을 강화하고, 해양침적 폐기물 처리의 사각지대인 무인도서·방파제 등에 방치된 폐기물을 적극 수거하겠다”고 말했다.

부산=글·사진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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