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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한쪽 다리 붓고 아프면 의심… 혈전 폐로 가면 위험

[전문의 Q&A 궁금하다! 이 질병] 심부정맥혈전증
김서민 중앙대병원 혈관외과 교수

중앙대병원 김서민 교수가 심부정맥혈전증을 진단하기 위한 다리 혈관 초음파 검사를 하고 있다. 김 교수는 “금식과 조영제 사용이 필요없으며 초음파 장비만 있으면 진료실에서 바로 검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 침대생활·항암·임신 때 발병
고령화·비만 등으로 환자 증가세
하지 정맥류와 달리 급성 증세
치명적 폐색전증 확률 40∼50%
압박 스타킹·다리 스트레칭 예방

명절이나 휴가 기간, 비행기와 자동차 등을 이용해 앉아서 장거리 여행을 할 때 주의할 질환으로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economyclass syndrome)’이 자주 언급된다. 이는 좁은 비행기 좌석에 오래 고정된 자세로 앉아있는 승객들에게 흔하다고 해서 붙여진 별칭인데, 정확한 의학용어는 ‘심부정맥혈전증’이다. 김서민 중앙대병원 혈관외과 교수는 4일 “하루 외래 환자 40여명 중 4~5명이 심부정맥혈전증일 정도로 드물지 않다”면서 “용어 때문에 심장의 부정맥 질환인 줄 알고 심장내과로 방문하는 경우가 많은데, 갑자기 한쪽 다리가 붓고 아프면 심부정맥혈전증을 의심하고 전문 진료과인 혈관외과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에게 해당 질환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어떤 병인가.

“정맥 안을 흐르는 피가 굳어지며 피떡(혈전)을 만드는 병이다. 주로 다리의 깊은(심부) 정맥에서 발생하고 빈도가 낮지만 팔에도 생길 수 있다. 정맥은 발끝에서 심장으로 혈액이 돌아가는 길이다. 근육층으로 흐르는 깊은 정맥과 피부 밑에 위치한 얕은 정맥으로 나뉘어 주행하다 허벅지 시작 지점에서 만나 하나의 정맥(하대정맥)으로 합쳐져 심장으로 이어진다. ‘심부정맥’이란 용어 때문에 심장 박동이 불규칙한 부정맥과 혼동되기도 한다. 학계에선 ‘깊은정맥혈전증’으로 부르자는 논의도 있다.”

-환자가 증가하고 있나.

“건강보험 청구 자료를 보면 심부정맥혈전증의 연간 신규 진단은 2018년 기준 인구 10만명 당 53.7명으로 2014년(32.8명)에 비해 64% 증가했다. 위험인자는 고령, 비만, 여성호르몬 치료, 피임약 사용 등으로 알려져 있다. 고령화와 비만의 증가 영향이 큰 것 같다.”

-고위험군은.

“이 질환의 병리적 원인은 혈류 정체, 피가 잘 뭉치는 응고 항진성, 정맥 내 손상 등 크게 3가지다. 실제로 발생하는 경우는 수술이나 사고로 움직이지 않고 누워있는 시간이 길 때, 항암 치료를 받거나 임신 중일 때 등이다. 혈액 응고 과정에 관여하는 S·C단백질이 부족하거나 과응고 상태(혈전)를 유발하는 질환도 있다. 젊은 환자일 경우 이럴 가능성이 높다.”

-증상이 비슷한 하지 정맥류와는 다른가.

“하지 정맥류는 얕은 정맥에서 발생한다. 정맥 안에는 피의 역류를 방지하는 판막이 있는데,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 혈류가 다리 아래쪽으로 쏠리면서 부종, 통증, 무거움, 저림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정맥압이 지속적으로 높으면 피부 가까이 위치한 혈관이 구불구불하게 튀어나와 보이기도 한다. 심부정맥혈전증도 다리 부종이 특징이긴 한데, 하지 정맥류와는 다르게 대부분 한쪽 다리가 퉁퉁 붓는다. 통증과 열감, 피가 다리로 몰리는 느낌이 동반될 수 있다. 또 하지 정맥류는 만성적인 경우가 많은 반면, 심부정맥혈전증은 부종이나 통증이 수일 내 급성으로 나타난다.”

-생명을 위협하기도 하나.

“정맥 내 혈전이 혈관벽에서 떨어져 나와 큰 정맥을 따라 심장으로 흘러 들어가고 폐로 이동하면 폐동맥을 막을 수 있다. 심장 혈관은 넓어서 혈전이 잘 걸리지 않지만 폐동맥은 직경이 작아 걸릴 수 있다. 이를 ‘폐색전증’이라 하는데, 호흡곤란이나 청색증(입술이 파래짐), 흉통, 실신 등을 유발하고 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김 교수는 “폐색전증이 동반될 위험은 문헌마다 차이가 있으나 허벅지·종아리에 심부정맥혈전증이 있을 경우 40~50%로 보고된다. 하지만 모든 환자의 폐 검사를 다 해본 연구에 의하면 무증상 폐색전증까지 포함해 80%로 보고한 문헌도 있다”고 설명했다.

-진단 및 치료법은.

“초음파 기기로 다리 혈관을 살펴보면 굳어진 혈전을 확인할 수 있다. 활력 징후가 안정적이고 다리 통증이 심하지 않을 경우 일반적으로 입원 치료 없이 먹는 항응고제 복용으로 치료한다. 일부 환자에게 정맥 내 혈전을 직접 제거하는 시술을 한다. 국소마취 후 정맥 안으로 기구를 삽입해 혈전을 흡입 제거하고 좁아진 혈관을 넓히는 스텐트(금속망)를 넣기도 한다. 합병증인 폐색전증도 대부분 먹는 항응고제 복용으로 치료·예방할 수 있다.”

김 교수는 “다만 최근 수술력, 뇌졸중·출혈성위궤양 등 병력이 있으면 출혈 위험이 높아 항응고제 사용이 어렵다”며 “이럴 땐 여러 정맥이 모여 심장으로 돌아가는 통로(하대정맥)에 여과기를 삽입해 혈전을 걸러내는 방식으로 폐색전증을 미리 차단한다”고 말했다.

-예방하려면.

“골절 등 외상으로 다리를 오랜 기간 움직이지 못하거나 척추·관절, 암 수술 등으로 침상 생활이 길어지는 경우 압박 스타킹, 간헐적 공기압박기(혈압계처럼 다리에 착용) 사용이 정맥혈류의 정체를 막아준다. 수술·외상 환자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조기에 움직이고 장시간 침상 생활을 피하는 것이 좋다. 항암 치료·임신 중이거나 과거 심부정맥혈전증 경험이 있으면 장시간 같은 자세가 지속되고 침상 생활이 길어지는 것을 피해야 한다. 비행기 탑승 등 움직이지 않고 같은 자세로 오래 앉아있는 경우 다리 스트레칭을 자주 하고 가능하면 일어서서 짧게라도 걷거나 압박스타킹 착용을 권한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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