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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 “정의의 아이콘이요? 다음엔 악역 할까요”

이태신과 싱크로율 ‘제로’
멋있게 표현하려 안 해
새 캐릭터 도전이 ‘소신’

정우성은 영화 ‘비트’로 ‘청춘의 아이콘’이란 수식어가 따라 붙을 때 이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배우로서 한 캐릭터에 갇히는 걸 그만큼 경계했다. 주류가 이니어도 도전할 것을 도전하고, 가야할 길을 가는 건 배우로서 ‘소신’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서울의 봄’이 개봉 6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동원하는 등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인기의 이유로는 역사적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 탄탄한 스토리라인, 그리고 매력적인 배우들의 호연이 꼽힌다. 그중에서도 관객으로부터 큰 응원과 지지를 받는 캐릭터는 단연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이다. 영화는 그의 시선에서 긴박했던 12·12 군사반란의 9시간을 따라간다.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우성은 영화와 더불어 그가 연기한 이태신의 인기에 “얼떨떨하다”면서도 “BEP(손익분기점)만 넘었으면 좋겠다”며 멋쩍게 웃었다. 그는 이태신이란 캐릭터를 설명하며 ‘완전무결하고 올바르기만 한 사람’은 아니라고 했다.

“이태신은 원리원칙주의자는 아니지만 자기 직무에 대한 책임은 지키려고 하는 소신이 있어요. 그걸 지키려고 했기 때문에 그에 위배되는, 사심으로 뭉친 상대 패거리를 정정당당하게 바라볼 수 있는 거죠. 그런 이태신을 통해서 (관객들이) 사태를 바라봐주시니 이태신이 멋지다고 표현해주시는데, 저는 이태신이 멋지다 혹은 멋있어야 된다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오히려 정우성에게 이태신을 표현하는 건 끝없는 불안함, 막연함과의 싸움이었다. 이태신의 모티브가 된 인물은 있지만 재현보다는 창작된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김성수 감독은 캐릭터 구축에 참고하라며 정우성에게 유엔난민기구 친선 대사로서 인터뷰했던 정우성의 영상을 보내줬다고 했다. 그는 “영상을 처음 받았을 땐 ‘나보고 뭘 찾으라는 건가’ 싶었는데, 인터뷰에 임하는 정우성의 자세를 얘기하셨던 것 같다”며 “사태가 벌어졌을 때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무리를 대하는 이태신의 태도에 이성적 사고와 차분함을 얹길 원하셨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정우성은 김 감독이 머릿속에 구상한 ‘정우성표 이태신’을 표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현장에서 소통했다. 특히 전두광(황정민) 패거리의 촬영 장면을 자주 봤다고 귀띔했다. 그는 “제가 정민이형이랑 직접 붙는 장면은 별로 없는데, 막연함이 크니까 오히려 많은 관찰과 고민을 하게 됐다”며 “이번 작품이 정민이형의 연기를 가장 많이 옆에서 본 작품이 아닌가 싶었다. 정말 징글징글하게 (연기를) 해내더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렇게 고민하며 만들어낸 이태신이란 캐릭터가 관객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정우성은 ‘정의의 아이콘’처럼 통하고 있다. 정우성은 이에 대해 부담을 표하기도 했다. “저는 단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자꾸 이태신을 보면서 그렇게 평가해주시니까 다음엔 나쁜 놈을 해야 되나(웃음). 영화 ‘비트’가 끝나고도 ‘청춘의 아이콘’이란 수식어가 제게 씌워지는 순간 빨리 벗어던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아이콘이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러면서 그는 이태신과 본인의 싱크로율 역시 ‘제로’라고 강조했다.

정우성은 “‘서울의 봄’을 통해 감독님이 보여주고자 했던 건 정의나 선과 악, 이런 게 아니라 인간들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가였다”며 “어떤 선택을 한 인물에게 그 선택의 명분과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인간 본성에 대한 고민을 하셨던 것 같다. 이태신은 그저 자신의 본분을 지키려고 하는 신념이 있는 사람이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뷰 내내 정우성은 ‘소신’을 자주 언급했다. 이태신과 정우성의 공통점 역시 소신으로 수렴했다. 그는 “바리케이드를 넘어가는 장면은 이태신이란 사람이 자기의 소신을 위해 길을 걷는 자세가 표현된 것 같다. 가시 돋친 철망에 찔리면 아프지만, 그래도 그냥 가는 거다. 가야 되니까”라며 “저도 어떤 한 캐릭터에 머물러있지 않으려고 했다. 주류의 장르가 아니더라도 계속해서 도전해온 것들이, 새로운 도전을 하려는 사람들이 보고 쫓아올 수 있는 작은 씨앗이 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게 배우 정우성의 소신이었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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