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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고 경력 쌓아 디저트 카페 열 거예요” 꿈 빚는 청년들

[자립준비청년에 희망 디딤돌을]
삼성 희망디딤돌2.0 직무 교육 현장

지난 2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있는 삼성웰스토리 아카데믹홀에서 48년 경력의 중식 대가 이귀량 셰프가 자립준비청년 12명에게 중식 특강을 하고 있다. 이들 청년은 지난달 24일부터 삼성 희망디딤돌2.0 제과·제빵 직무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지난 2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위치한 삼성웰스토리 지하 1층 아카데믹홀에 ‘예비’ 제과·제빵 기능사 12명이 옹기종기 모였다. 새하얀 조리복과 미끄럼 방지 조리화를 착용하고 조리모까지 꾹 눌러쓰니 제법 셰프의 태가 난다. 삼성웰스토리 소속 이경용 프로(셰프)가 내달 4일 제과·제빵 기능사 자격증 실기시험을 앞둔 교육생들에게 “현업에 있는 셰프가 심사를 하는데 깔끔한 복장을 엄격하게 본다. 귀고리나 반지, 시계 같은 것은 빼두는 게 낫다”고 조언하자 이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옷매무새를 다시 만진다. 이날 삼성 희망디딤돌2.0 제과·제빵 직무 교육에 입과한 자립준비청년을 위해 삼성웰스토리가 중식 요리 특강을 마련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남자 여덟, 여자 넷은 지난달 24일부터 삼성전자 용인 소재 기숙사에서 먹고 자며 매일 서울 강남에 있는 요리학원에서 제과·제빵 교육을 받고 있다. 짧은 시간 내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하다 보니 특강이 있는 날은 ‘공부’에서 잠시 해방하는 순간이다. 삼성웰스토리가 자립준비청년만을 위한 특강 프로그램을 만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일식과 한식 특강은 마쳤고 양식만 남았다. 이 프로는 “자립준비청년에게 요리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심어주고 무엇보다 실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요리법을 알려주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첫 특강 때는 어떻게 대해야 할지 살짝 긴장도 했지만 해맑고 관계 형성에 뛰어난 청년들을 보면서 오히려 색안경을 끼지 않았나 반성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대만 화교 출신인 48년 경력의 중식 대가 이귀량 셰프가 짜장소스 만드는 법을 시연하자, 종이에 필기하느라 청년들의 손과 눈이 동시에 바빠졌다. 볶음밥을 만들 땐 이 셰프의 현란한 웍질에 박수가 절로 터졌다. 이 셰프는 “음식의 간을 맞출 땐 한 번에 많이 넣지 말고 두 번 세 번에 걸쳐서 하는 게 좋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눈대중으로 단번에 완벽한 요리를 선보여 청년들의 시선을 끌었다. 청년들이 셰프의 입과 손놀림에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었던 건 바로 뒤이어 직접 짜장소스와 볶음밥을 만들어내야 했기 때문이다. 11시부터 시작한 실습에서 청년들은 간을 맞추지 못해 우왕좌왕하면서도 서로 도와가며 예상외의 수준급 요리를 만들어냈다. 이들은 스스로 처음 완성한 볶음밥에 짜장소스를 부어 맛난 점심 한 끼를 해결하고 다시 요리학원으로 돌아갔다.

삼성 희망디딤돌2.0 제과·제빵 직무 교육은 12월 15일 종강한다. 제과·제빵 기능사 필기시험에 합격한 친구도 있고 아쉽게 떨어진 친구도 있다. 두 과목 모두 붙어 실기시험을 준비 중인 22살의 청년 A씨는 현재 지내고 있는 시설의 선생님이 취업이나 직업 훈련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기적으로 오픈 채팅방에 정보를 띄워 삼성 희망디딤돌2.0 직무교육을 알게 됐다고 한다. 조리학을 전공한 그에게 제과·제빵 실습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A씨는 인터뷰에서 “부산에서 바텐더 일을 하다가 자격증을 따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앞으로의 꿈은 바가 있는 디저트 카페를 창업하는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제과·제빵 기능사 자격증은 꿈을 향한 작은 디딤돌 중 하나다. A씨는 내후년쯤 싱가포르 어학연수를 가려고 계획표를 짜뒀다. 앞서 영어회화 자격증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그는 “해외여행을 좋아해서 친구들과 스코틀랜드, 싱가포르, 대만, 일본, 호주 등을 다녀왔는데 싱가포르에 있는 유명한 바에서 근무하면서 경험을 쌓고 싶어졌다”면서 “모든 게 손에 잡힐 때쯤 나만의 카페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수술방 간호조무사를 하다 몸이 좋지 않아 병원을 그만둔 23살 청년 B씨도 제과·제빵 기능사 실기시험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는 이번 교육과정을 통해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했기에 합격 기운이 든다며 웃었다. B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관심 있었던 제과·제빵 분야로 진로를 틀었는데 재밌다”면서 “교육이 끝나고 자격증도 취득하면 대전 성심당이나 파리바게뜨 같은 큰 제과점의 취업 문을 두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젊은 나이에 많은 경력을 우선 쌓으면서 공부를 더 하고 진로를 찾아 나갈 생각”이라며 “식품업계는 하나로 연결되는 경향이 있어 영양사 자격증에도 관심이 있다”고 덧붙였다. B씨는 제과·제빵 기능사 자격증 취득을 돕고 취업 연계의 길도 열려 있다는 대전 자립지원전담기관 선생님의 말을 듣고 삼성 희망디딤돌2.0 직무 교육에 지원했다.

이번에 삼성 희망디딤돌2.0 조리직무(제과·제빵) 교육을 담당한 최다운 강사는 주 5일, 하루 9시간씩 청년들과 붙어 지내면서 정이 많이 들었다. 주말이면 허전함을 느낀다는 그는 과정이 끝나더라도 청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 강사는 첫 필기시험이 있던 지난 10일을 특히 잊지 못한다. 그는 “잔뜩 긴장한 채로 시험장에 들어갔던 청년들이 한 명씩 나올 때마다 당락의 희비가 갈렸다”면서 “합격한 친구와 얼싸안고 기뻐하기도 했고 아쉽게 떨어져 눈물을 보인 친구도 있었는데, 매사 진심인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덩달아 울컥했다”고 회상했다. 최 강사는 “어느 누구에게도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은 정해져 있지 않다. 본인의 의지에 달렸다. 얼마큼 노력하고 열정이 있는지가 판가름의 기준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나라 모든 자립준비청년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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