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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 보호 기조 강화 속… ‘자기책임 원칙’ 확립은 도외시

이슈 터질 때마다 구제·배상 초점
“당국, 소비자 대상 교육도 힘써야”

연합뉴스

금융권의 불완전판매는 근절돼야 마땅하지만 이와 함께 투자자의 ‘자기 책임’ 원칙이 확립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상품의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소비자와 금융회사 간 분쟁은 증가하는 추세다. 분쟁 민원은 2018년 2만8118건에서 지난해 3만6508건으로 약 30% 늘었다. 분쟁조정 시일도 길어졌다. 2018년 30일에 불과하던 은행권 평균 분쟁 조정 기간은 지난해 416일로 늘어났다.


대규모 불완전판매 등 사건이 있을 때마다 금융 당국은 금융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에 힘을 쏟았다. 금융 소비자 보호 모범 규준을 제정하고 금융회사에 대한 소비자 보호 실태평가제도도 도입됐다. 특히 2021년 제정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은 소비자의 권리가 법으로 보장된 하나의 큰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금융회사와 금융 소비자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작업의 일환이었다는 평가다.

다만 금융 소비자의 권익 보호 강화 기조 속에 자기 책임 원칙 확립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불완전판매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늘 ‘피해자 구제’와 배상 비율이 최우선 관심사가 됐던 탓이다. 자기 책임 원칙은 자본시장법 근간을 이루는 기본 원리다. 금융상품을 거래할 때 금융 소비자 역시 거래의 주체로서 계약의 체결과 이행, 그 결과에 따른 최종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과 관련해서도 ‘금융 소비자 보호’를 내세운 포퓰리즘적 제재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금융권 일각에서 읽힌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노후 대비 목적으로 만기 해지된 정기예금을 재투자하고 싶어하는 70대 고객에게 수십%의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고위험 상품을 권유하는 것은 (위험) 설명 여부를 떠나서 권유 자체가 적정한지 검토가 필요하다”며 금소법상 ‘적합성’ 원칙 위반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피해자는 선량한 시민’이라는 프레임에서 다소 편향적으로 접근하지는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불완전판매로 인한 피해가 확실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일반적인 투자 손실 사례는 명확하게 구분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 당국이 금융 소비자를 대상으로 위험성이 높은 상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제언도 꾸준히 나온다. 금융상품 구조가 복잡하고 다양해질수록 금융 사고 발생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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