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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중국발 폐렴 경보

고승욱 논설위원


폐렴은 폐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숨을 쉬지 못하면 곧 죽으니 폐렴은 늘 인간의 주변을 맴도는 흔한 병이었다.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1세, 악성 루트비히 판 베토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 영조의 공통점은 사인이 폐렴이라는 점이다. 막연한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이 병은 1881년 루이 파스퇴르가 환자의 침에서 폐렴구균을 분리하면서 감염에 의한 염증성 질환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당연히 치료법은 곧바로 개발됐다.

그러나 백신과 치료약이 모두 완성된 21세기에도 폐렴은 여전히 두려운 존재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세계 10대 사망원인 중 4위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사망원인’에도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는 2만2800여명(전체 사망자 중 7.2%)으로 암, 심장질환에 이어 사망원인 3위에 올랐다. 간질환, 고혈압, 당뇨보다 위험도가 훨씬 높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세균, 곰팡이, 바이러스를 몸안에서 가장 먼저 받아들여야 하는 폐의 역할을 고려하면 그럴만하다. 염증 자체는 치료가 어렵지 않지만 노인, 어린아이, 병을 앓던 기존 환자들은 갑자기 다른 장기로 번지는 급성 폐렴을 좀처럼 견디지 못한다. 특히 인플루엔자,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발하는 바이러스성 폐렴은 공포스럽다. 발병 초기 코로나19를 우한 폐렴으로 불렀던 기억이 생생하다.

2개월 전부터 중국에서 어린이 폐렴 환자가 급증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몇 주째 감기를 앓다가 폐렴에 걸렸다. 베이징의 각급 병원은 폐렴에 걸린 아이들로 넘쳤다. 무시무시한 봉쇄를 불러온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한 뒤 맞는 첫 겨울이어서 걱정이 쏟아졌다. 일단 중국은 이번 폐렴의 원인은 마이코플라스마 등 기존에 알려진 병원균이라고 WHO에 보고했다. 이를 근거로 WHO는 “2020년 1월의 상황과는 다르다”고 밝혔다. 제2의 코로나 사태는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다행이다. 그런데 두렵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으로 끝나기만 바랄 뿐이다.

고승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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