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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선거제 개편 미적대면서 사당화 분란 일으키는 민주당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 다섯번째)이 지난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추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내년 4월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개편에는 머뭇거리면서 차기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의 영향력을 키우는 당헌·당규 개정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총선 예비후보 등록 시작일(12월12일)이 코앞인데도 선거제가 확정되지 않은 것은 민주당 지도부의 어정쩡한 태도 탓이 크다. 이는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제1당으로서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

민주당이 애매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위성정당을 방치하는 현행 방식으로 선거를 치를 경우 비례대표 의석수가 국민의힘에 비해 최대 35석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일부 분석이 영향을 준 것으로 짐작된다. 정당별 단순 득표율로 비례대표를 정하는 과거 방식으로 돌아가자니 정치 퇴행이라는 당내외 반발이 있고 만일 총선에서 실패할 경우 이재명 대표가 입을 치명타가 심각하기 때문에 당 지도부가 망설인다는 견해도 많다. 어느 쪽이든 선거제 개편 논의가 이렇게까지 지지부진한 이유로 정당화될 수 없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되 위성정당을 방지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지금 입장이 그때와 같은지 혹은 다른지, 이유는 무엇인지 서둘러 밝히는 게 정치 지도자의 도리다.

어이없게도 당 지도부가 속도를 내는 건 총선 이후 내년 8월 당권의 향배를 가를 전당대회의 룰 변경이다. 엊그제 당무위원회가 의결한 당헌·당규 개정안의 핵심은 권리당원 표의 반영 비율을 지금보다 3배 이상 높이는 내용이다.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 비중이 높은 권리당원들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전당대회 룰을 바꾸는 것은 친명계의 당 장악력을 공고히 하려는 것이다. 개정안은 비공개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친 지 사흘만에 당무위를 통과했다. 비명계의 반발이 터져 나오는데도 속전속결이다. 이 대표는 다양한 목소리를 억누르고 사당화를 심화시킨다는 당내 비판에 겸허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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