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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관종 CEO’ 일론 머스크

배병우 수석논설위원


이 기업인이 뉴스에 등장하지 않는 날은 드물다. 언론 노출이 미국 대통령급이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이야기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가열되던 지난 15일에는 자신이 소유한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반(反)유대주의’적 댓글을 달아 파란을 일으켰다. 이에 반발한 아마존 등 광고주들이 취소한 광고액이 1000억원에 가깝다. 이에 놀란 듯 27일(현지시간)에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나고 하마스 공격으로 인명 피해가 난 키부츠(집단농장)를 방문했다. 이번에는 정반대로 “하마스는 제거돼야 한다”며 네타냐후 총리의 말에 맞장구쳤다.

기행(奇行)과 상식을 깨는 발언으로 그가 논란을 부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러시아 해군 함대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드론 잠수함 기습 공격을 막기 위해 스페이스X 엔지니어들에게 크림반도 해안 근처의 스타링크 위성 통신망을 끄라고 지시했다는 뉴스가 파문을 낳았다. 2020년 5월에는 테슬라 주가가 “너무 높다”고 발언해 하루 만에 주가가 10% 폭락했다. 사귀지도 않으면서 자신의 뇌신경과학 관련 테크 회사의 한 여성 임원에게 정자를 기증, 체외수정을 통해 쌍둥이를 낳았다는 얘기에는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머스크는 분명 관종(‘관심종자’의 줄임말)이다. 엑스를 통해 끊임없이 자기 의견과 주장을 내놓는다. 악평이나 파장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무관심보다는 나쁘더라도 요란한 관심을 원하는 것이다. 그가 창의성이 탁월한 천재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어린 시절 부친으로부터 정서적 학대를 당한 상흔을 가진, 사회성 제로의 외곬이라는 것도 사실이다. 자신을 인류를 구할 사명을 지닌 ‘영웅’으로 여기는 그는 고난과 역경에 극한의 내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자기 뜻을 따르지 않는다며 직원 80%를 한꺼번에 해고하고 백인우월주의 극우 음모론에 경도되는 관종 CEO에게 인류를 구할 구상을 기대하는 게 올바른 것일까.

배병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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