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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의 전복… 폐기된 물건 조각언어로 끌어내다

정지현 개인전 ‘행도그(hangdog)’
아트선재센터 내년 1월 21일까지

정지현 개인전 ‘행도그’ 전시 전경. 아트선재센터 제공

조각 분야에서는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하는 정지현(37) 작가의 개인전 ‘행도그(hangdog)’를 추천하고 싶다. 정 작가는 30대 초반 때 쟁쟁한 선배 작가들을 제치고 서울 중랑구 공공미술 프로젝트 작가에 선정돼 주위를 놀라게 했다. 당시 옛 채석장을 개조한 용마폭포공원에 주민이 그 위로 걸어들어 갈 수 있도록 ‘누워 있는 비행 접시’ 모양의 참신한 공공조형물을 만들었다.

이처럼 미래지향적인 작품으로 구태의연한 조형물 시장에 대안을 제시하던 그가 이번 전시에서는 조각가 본연에 충실한 작업을 내놨다. 하지만 말이 조각이지 상식을 뒤엎는 작품들이 관객을 맞는다. 짝퉁 돌 모양 덩어리가 탑처럼 쌓여 있고, 공사판에 버려진 막대 같은 것이 세워져 있고, 찌그러트린 깡통을 확대한 듯한 물건이 조각처럼 걸려 있다. 유심히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 환경에서 마주치게 되는 여러 기물과 용도 폐기된 산업재들이다. 그것들이 작가의 손을 거쳐 조각으로 만들어져 전시장에 들어온 것이다. 버려진 미용실 간판에서 ‘미용실’이라는 글자를 빼면 조명 장치가 되고 그것을 전시장에 가져오면 조각이 되는 식이다. 인천 중구의 마스코트인 갈매기도 조각이 되었다. 약국 간판이 버려진 채 검은 비닐 안에 쌓여 있는 그 자체를 3D로 캐스팅해 전시장으로 가져오기도 했다. 작가는 일부러 수준 낮은 캐스팅 기술을 사용함으로써 관람객이 원본을 쉽게 알아채지 못하게 하는 트릭을 쓴다. 작업실이 아닌 외부에서 신속하게 본을 뜨기 쉬운 재료인 유토로 몰드를 만들거나 알루미늄 망으로 사물을 손으로 감싼 후 손으로 꾹꾹 눌러 표면의 굴곡을 복제하는 것도 그런 효과를 낸다.

작가는 조야함을 가장하는 방식을 통해 추상화의 효과를 내며 조각의 오라를 가진 미술로 재탄생시킨다. 행도그는 ‘행(hang·매달린)’과 ‘도그(dog·개)’가 결합한 조어이지만, 원래 뜻과는 전혀 다른 ‘수치스러운’ ‘낙심한’ 등의 의미를 지닌다. 사물의 원본에서 멀어지고 있는 작가의 작업 상태와 구성방식을 보여주는 용어로서 맞춤하다. 20223년 김세중청년조각상을 받았다. 내년 1월 21일까지.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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