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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통 큰 그녀’에게 서민들이 당했다… 분양권 사기 피해 수십억

부동산 중개업소 실장으로 근무하며
투자자 환심 사고 거액 가로챈 뒤 잠적
고소되기 전 美로 달아나… 수사 답보


서울과 경기도 지역에서 분양권 전매 투자사기 등으로 수십억원을 가로챈 60대 여성이 범행 발각 전 미국으로 달아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60대 이상으로 건물 청소를 하거나 자영업을 하는 이들로 파악됐다. 뒤늦게 사기 피해를 인지한 투자자들이 이 여성을 경찰에 고소했지만 수사 당국은 피의자 소재 파악이 안 된다며 수사중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 한 공인중개사무소 실장으로 근무하던 박모(64)씨는 2021년부터 분양권 전매권에 공동투자하면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며 투자자들을 상대로 수억원의 투자금을 받았다.

박씨는 공인중개사무소에서 일하며 분양권 명의자에게 받아놓은 인감증명서 등을 투자자들을 속이는 데 사용했다. 이를 투자자들에게 보여주면서 본인이 분양권을 가진 것처럼 속인 것이다. 같은 물건의 분양권을 여러 명에게 판매하기도 했다.

박씨는 초기 몇 달간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나눠줬다. 이 수익금은 다른 투자자들에게 받은 투자금을 돌려막기 한 것이었다. 수익금 배분이 늦어져 투자자들이 고소할 낌새를 보이면 투자금 일부를 갚는 식으로 달래기도 했다. 선물 공세로 상대의 믿음을 샀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권모(61)씨도 박씨의 이런 수법에 당했다. 박씨는 2021년 2월 인천 송도의 아파트 분양권 전매권에 대한 투자를 권유하며 권씨 돈 약 5억8000만원을 가로챘다.

권씨는 박씨가 오랜 기간 신뢰를 쌓아놓은 뒤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그는 “앞서 박씨가 좋은 투자처를 소개해줬던 기억이 있어 그를 믿었다”며 “거래하는 사람에겐 선물을 퍼주는 성격이었는데, 통이 컸다. 추석이 되면 사과를 스무 상자씩 보내곤 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지난 5~6월쯤 잠적했다. 사태를 파악한 피해자들이 뒤늦게 박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서울 송파경찰서, 경기 성남수정경찰서 등 확인된 건만 5건이다. 피해 규모도 수십억원에 이른다. 아직 고소하지 못한 피해자들도 10명이 넘는다고 한다.

박씨는 분양권 전매권 투자사기 외에도 다른 사람의 건물을 본인 것이라고 속인 뒤 임차보증금을 가로채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남언호 빈센트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고소장을 접수하러 가니 담당 조사관이 타 경찰서에도 박씨에 대한 고소장이 여럿 접수돼 있다고 하더라. 피해 규모가 예상보다 더 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씨에 대한 고소가 이어지고 있지만 수사는 답보 상태다. 고소장이 접수됐을 때 이미 박씨가 미국으로 도주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 피해자는 “피의자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수사를 멈춘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서둘러 체포영장을 발부해서 데려와야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도 이뤄질 것 같다”며 “평범한 시민들은 그저 경찰 수사만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수사가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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