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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내홍 핵심은 文정부 간부들 거취

김규현, 취임 후 인적쇄신 주력
공채 권춘택 “사기저하” 반발
인사마다 알력 표출… 尹心 폭발

김규현 전 국가정보원장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있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김규현 전 국가정보원장과 권춘택 전 1차장을 전격 경질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인사 문제를 둘러싼 김 전 원장과 권 전 차장 간 계속된 충돌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문재인정부 당시 국정원에서 주요 직책을 맡았던 간부들을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배제할 것인가, 계속 기용할 것인가를 둘러싼 인식 차이가 두 사람 간 갈등의 결정적 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관 출신(김 전 원장)과 국정원 공채 출신(권 전 차장)이 끝내 화합하지 못하고 두 사람 모두 옷을 벗었다는 시각도 있다.

김 전 원장은 ‘국정원의 정상화’를 내걸고 문재인정부 요직에 있던 국정원 간부들에 대한 직무배제·대기발령 등 조치를 단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권 전 차장은 대북·해외 전문가들을 전 정부에서 잘나갔다는 이유로 잘라내는 것은 국정원의 손실이며 정치적인 문제를 낳을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펼쳤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인물이 김 전 원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A씨다. A씨는 김 전 원장의 비서실장을 맡기도 했다고 한다. A씨는 문재인정부 때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전 정부에서 승승장구했던 국정원 간부들에 대한 주요 업무 배제를 촉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27일 “A씨가 문재인정부 때 중용됐던 국정원 간부들의 이념 성향에 대해 강한 의심을 갖고 있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국정원의 인사 잡음은 윤 대통령이 대선에 승리한 이후 인수위 때부터 불거졌다고 한다. 인수위에 파견됐던 일부 국정원 직원이 문재인정부 때 핵심 요직에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원대 복귀’했다는 사례가 있었다는 것이다.

김 전 원장은 지난해 6월 ‘1급 보직국장’ 27명을 정보교육원으로 대기발령했고 같은 해 9월 이들을 면직 처분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당시 국정원 내부에서는 “원장에게 유연한 태도가 필요하다” “정치적 중립이 필요하다” 등의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차장은 김 전 원장의 인적쇄신에 가장 앞장서 반대했다고 한다. 지난해 10월에는 조상준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이 사의를 표명해 인사 갈등설이 불거졌다. 이때에도 김 전 원장과 A씨가 같은 편이고, 권 전 차장과 조 전 실장이 한편이 돼 충돌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지난 6월 인사 직후에도 A씨가 인사에 관여했다는 말이 퍼졌다. 특히 윤 대통령은 한 차례 재가했던 인사안을 취소하고 A씨를 면직 처분하는 초강수를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순방 기간 국정원 내부 감찰 문제를 놓고 김 전 원장과 권 전 차장이 갈등을 벌이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격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누구 편도 들 수 없다고 판단하고 두 사람 모두 경질하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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