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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협이 의대 증원 반대 고수하면 국민 불신 직면할 것


대한의사협회가 의대 증원 반대를 위한 실력행사를 예고했다. 의협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증원을 추진하면 찬반투표를 실시해 파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놨다. 의협은 투쟁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이필수 회장이 삭발한 데 이어 비상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의협이 실제 파업에 돌입할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자신들의 행동이 국민들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다. 의협 지도부가 의대 증원을 마치 자신들이 결정하는 양 오만한 태도를 보인다면 국민들의 불신과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대한민국 의료계는 지금 심각한 중증 상태다. 의사가 없어서 응급실을 운영하지 못하는 병원이 수두룩하다. 지방 의료원들은 연봉 수억 원을 제시해도 의사를 구하지 못해 파행이다. 서울에는 문을 닫는 소아청소년과나 산부인과 병원이 속출하고 있다. 대학병원들조차 마취과 의사가 부족해 수술을 제 때 못하고 있다. 야간이나 휴일에도 진료한다는 달빛어린이병원 중 정상 운영되는 곳은 몇 안 된다. 응급실을 찾지 못해 구급차 안에서 환자가 숨을 거두는 ‘응급실 뺑뺑이’ 사고의 근본 원인도 의사 부족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고수익이 보장되는 성형외과 등에는 젊은 의사들이 몰리고 있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의사 수를 대폭 늘리고 의료 인력 양성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의대 정원을 지금 당장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으면 향후 10년 안에 부족한 의사 수가 2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사정이 이쯤 되면 의료계가 먼저 나서서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야 정상이다. 현재 한국의 의사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독일은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가 4.5명으로 한국(2.5명)보다 훨씬 많은데도 의사 단체들이 독일 정부에 의대 증원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독일의사협의회는 의대 정원을 1만1600명에서 1만7600명으로 6000명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베이비부머 세대 의사들이 대거 은퇴하고 있어서 신속하게 의대 정원을 늘리지 않으면 늘어나는 의료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의사면허는 국가자격증이다. 의대 정원은 중장기 의료 수요를 감안하여 국가가 정하는 것이지 기득권을 가진 의사들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의협이 국민 건강은 아랑곳하지 않고 제 밥그릇 지키기에만 혈안이라면 국민들의 존중을 받을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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