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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살 푸른 꿈이 피어나도록… 희망이 샘솟는 환경을 후원하다

[밀알의 기적] 우간다 음풍궤사업장을 가다

경기도 화성 순복음축복교회 오영대 목사(왼쪽 세 번째)가 후원 아동인 우간다 소년 엘비스의 집 앞에서 아이를 무릎에 앉힌 채 장래희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엘비스의 엄마와 형제자매가 그 옆에 앉아 있다.

한국의 한 목회자가 비행기로 15시간을 날아 다시 자동차로 3시간을 더 달려가 의사 꿈을 품은 우간다 소년을 만났다. 자신이 후원하는 아이를 직접 찾아간 것이다. 그는 3평 남짓 좁은 흙벽돌집에서 7명이 지내는 소년의 처참한 현실을 목도했다. 하지만 목회자는 남편이 도망간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하나님이 주신 소망을 잃지 않은 소년의 어머니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한국 최초의 여성 의사인 박에스더가 미국인 선교사의 도움으로 성장한 것 같은 기적이 우간다 빈민가에서도 일어나길 소망했다.

아이들 62%가 학교 못 가는 마을

경기도 화성 순복음축복교회 오영대 목사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오후 1시쯤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비전(회장 조명환)과 국민일보가 지역교회 목회자와 함께하는 ‘밀알의 기적’ 캠페인을 통해 연을 맺게 된 엘비스(9)와 만났다. 다른 아이들은 한참 학교에 가 있을 시간이었지만 엘비스와 5명의 형제자매는 집에 있었다. 6살 남동생만 걸어서 20분 정도 걸리는 인근 초등학교에 잠시 놀러 갔다.

엘비스가 사는 마유게구의 음풍궤는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서 차로 3시간여 떨어진 마을이다. 우간다 월드비전은 지난달 1일 음풍궤에 지역 사무소를 열었다. 음풍궤는 마유게구 중에서도 식량과 식수난이 심하고 문맹률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인구 60%가량이 17세 이하이며 이 중 62%가 엘비스처럼 학교에 가지 못한다. 아이 중 44%는 인근 빅토리아 호수에서 물고기잡이를 하거나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는 등 아동 노동에 내몰린다.

엘비스는 또래보다 체구가 작았다. 오 목사와 처음으로 만나자 부끄러운 듯 바닥만 쳐다봤다. 그러나 오 목사가 준비한 선물 보따리엔 여느 아이처럼 환하게 웃었다. 엘비스와 형제자매는 자기 이름이 적힌 책가방을 받고 그곳에 가득 담긴 학용품과 옷가지에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9살 엘비스, 의사 꿈 방해하는 것들

남편 없이 엘비스 등 자녀 6명을 홀로 키우는 어머니 크리스틴(36)은 한국에서 온 손님에게 나무 그늘에 의자를 놓는 일로 감사를 표했다. 나무 앞쪽엔 그들의 보금자리가 있었다. 엄마가 아이들과 흙으로 벽돌을 만들어 직접 쌓아 올린 소중한 공간이지만, 모두 누워 잠을 자기엔 비좁아 보였다. 3평 남짓한 집 천장엔 이불과 옷가지가 어지러이 매달려 있었다. 집 앞의 나뭇가지가 탄 자국이 있는 곳이 그들의 부엌이었다.

엘비스는 집안 사정이 어려워 학교에 다니지 못한다.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종종 마을 일을 돕기도 한다. 엄마는 돈을 벌어 아이들을 먹이고 학교에 보낼 수 있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크리스틴씨는 “아이들이 학교를 잘 마쳐서 책임감 있는 사회인이 되길 원한다”고 했다.

엘비스의 꿈은 의사다. 지역 사회의 아픈 사람을 고쳐주고 싶은 꿈을 꾼다. 하지만 이곳 아이들은 생존하기 위해 써야 하는 시간이 적잖다. 엘비스는 매일 가족과 1시간 정도 걸어 물을 길어온다. 엘비스 가족처럼 식수 펌프가 집 근처에 없는 가정은 하루 5차례 정도 물을 길으러 다닌다.

‘꿈 같은’ 의사 꿈 이루길

오 목사는 엘비스 가정에 후원뿐 아니라 소망을 담은 축복 기도를 이날 선물했다. 그는 “주의 종은 잠시 왔다 가지만 주님이 이 가정과 늘 함께해 주시고 이 가정의 변화를 통해 주변 이웃들이 거룩한 도전과 자극을 받게 해달라”고 두 손을 모았다. 크리스틴씨는 “우리를 풍성하게 채워주신 목사님께 하나님이 더 많은 것을 채워달라고 기도하겠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오 목사는 지난 12일 순복음축복교회에서 연 ‘비전주일’에서 엘비스와 같은 우간다 아이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흘려보내자고 권면했다. 많은 성도가 음풍궤 지역 아동을 돕고 싶다며 후원을 약속했다.

하나님 사랑 담은 ‘식수 펌프·학교’

우간다 현지 사역자들은 엘비스와 같은 아이를 위해 교육과 식수 사업이 기본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오 목사 등 월드비전 한국 방문팀은 지난 1일 학교 환경 개선과 식수 사업이 필요한 마유게구의 나마토케 마을을 방문했다. 나마토케 초등학교에는 학생 450여명이 다닌다. 학생 수십 명이 오전 10시쯤 교문 앞 나무 그늘 앞에서 시험을 치르고 있었다. 전기가 없기에 햇빛에 의지하는 건 이곳 아이들에게 당연한 일이었다. 조세핀 교장은 “학생 중 45%만 안전한 건물에서 공부하고 나머지는 나무 아래나 임시 건물에서 공부한다. 180명은 의자마저 없다”고 했다.

학교 인근 마을 주민 100여명은 웅덩이로 부를 법한 샘물을 식수로 썼다. 건기에도 물은 마르지 않았지만 탁한 물 색깔과 부유물 등이 떠 있는 것으로 보아 수질이 불량한 상태였다. 한국 방문팀이 지난 2일 샘물에 잠시 머문 동안 물을 길어 오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월드비전 마유게구 사무소 관계자는 “이 지역의 50%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한다”고 했다.

깨끗한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식수 펌프가 학교나 마을 인근에 설치되면 아이들은 가사 노동에 쓰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같은 날 답사한 마유게구 칼루바의 ‘드림스쿨-세인트마리마우무초등학교’ 인근에는 서울의 한 교회로부터 후원받아 설치한 식수 펌프가 있었다. 디쉐어 현승원 의장이 월드비전과 협력해 지난 2월 문을 연 이 학교는 남녀 구분 화장실과 5개 교사(校舍)로 이뤄져 있다. 식수 사업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마유게구(우간다)=글·사진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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