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전체기사

[사설] 국가안보 위협하는 국정원 내홍… 전면 대수술하라

정부 출범 후 1년반 인사파동 되풀이
안보 첨병 기관 분열은 치명적 위험
내홍 요인 샅샅이 찾아내 제거해야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사진은 김 원장이 지난 8월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영국과 프랑스 순방에서 귀국하자마자 국가정보원 수뇌부를 전격 교체했다. 김규현 국정원장과 권춘택 1차장, 김수연 2차장의 사표를 모두 수리하고 1·2차장을 새로 임명했다. 후임 원장을 내정하지 않은 채 당분간 1차장에게 원장 직무대행을 맡긴 것은 급하게 이뤄진 문책·경질 인사임을 말해주고 있다. 이렇게 책임을 물은 까닭은 내부 인사 문제에서 비롯됐다. 국정원은 지난 6월 대통령이 재가한 1급 보직 인사가 닷새 만에 번복되는 초유의 인사 파동을 겪었는데, 최근 다시 국정원장 교체설, 1차장 경질설 등이 새나오며 인사 난맥상을 외부에 드러냈다. 국정원 조직을 넘어 국가 안보를 걱정케 만드는 상황이다. 인사 잡음은 조직의 균열을 뜻하고, 정보기관의 분열은 안보의 출발점인 정보 수집과 분석 기능의 심각한 저하를 초래한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공격에 당한 것도 결국 분열된 정보기관이 제 기능을 못해서였다. 내홍이 있어선 안 되는 조직에서 이토록 장기간 지속돼온 내홍의 요인을 샅샅이 찾아내 시급히 제거해야 할 때다.

국정원의 인사 잡음은 현 정부 들어 세 차례나 외부로 표출됐다. 지난해 10월 조상준 기획조정실장이 김 원장과 인사 문제로 갈등을 빚다 임명 넉 달 만에 물러났고, 지난 6월 김 원장 측근의 인사 전횡 논란에 당시 승진한 10여명이 닷새 만에 대기발령을 받았으며, 이달 들어 김 원장 교체설이 언론에 보도되자 그 배경으로 지목된 권 1차장의 경질설이 뒤이어 기사화됐다. 내홍 자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보기관의 인사가 자꾸 밖으로 드러나 이슈화한다는 데 있다. 그리 만들어 주도권을 쥐려는 세력이 내부에 존재한다는 뜻이고, 이는 안보의 첨병인 조직이 일사분란하게 통제되지 않고 있음을 말해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정원은 인적 쇄신의 소용돌이에 몸살을 앓곤 했는데, 지금처럼 정권 출범 후 1년 반이 넘도록 갈등이 이어진 적이 또 있었나 싶다. 그 양태마저 전 정권 세력과 현 정권 세력의 충돌이라거나 국정원 출신 주류와 외부 유입 비주류의 대결이라는 식의 여러 해석이 혼재하는 복잡한 갈등 구조를 띠고 있다.

대한민국 정보 자산이 집결된 국정원의 역량은 그 정권의 실력일 수밖에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지난 정권을 탓할 수 없는 일이고, 어떤 악조건에도 지켜져야 하는 힘이다. 북한이 정찰위성을 쏴 올리며 정보전 선전포고를 했다. 두 전쟁을 겪고 있는 세계 질서는 숨 가쁘게 재편되고, 인공지능을 비롯한 신기술이 미래를 바꾸고 있다. 정보의 힘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 시기에 국정원을 저렇게 놔둘 수 없다. 내부의 뿌리 깊은 갈등 요인을 없애고 국익을 위해 하나로 뭉쳐 뛸 수 있는 조직으로 서둘러 변모시켜야 한다. 어설프게 낭비할 시간이 없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