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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서식 맹독성 바다뱀, 우리 다도해까지 올라왔다

일반 독사보다 20배 강한 독성 지녀
온난화로 대만·일본서 넘어온 듯
울릉도 어류 59%가 열대·아열대성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서 처음 발견된 열대·아열대 해양생물인 넓은띠큰바다뱀. 국립공원공단 제공

따뜻한 바다에 서식하는 맹독성 ‘넓은띠큰바다뱀’이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서 처음 발견됐다. 제주에서만 관찰되던 산호 ‘밤수지맨드라미’도 거문도 인근까지 서식지를 넓힌 것으로 확인됐다. 기후변화로 수온이 빠르게 오르면서 열대·아열대성 해양생물이 한반도 주변 바다로 북상하는 모습이다.

국립공원공단은 최근 국립공원 섬지역을 대상으로 수중생태계를 조사하던 중 넓은띠큰바다뱀을 소간여 인근 해역에서 발견했다고 26일 밝혔다. 소간여는 올해 새로 국립공원에 편입된 무인도로, 전남 여수 향일암에서 남쪽으로 34㎞ 떨어져 있다.

넓은띠큰바다뱀은 필리핀 대만 일본 남부 오키나와 인근 바다에 사는 해양 파충류다. 꼬리 모양이 노처럼 넓고 일반 독사보다 20배 이상 강한 맹독을 지니고 있다. 국내에서 발견되는 넓은띠큰바다뱀은 대만이나 일본 쪽 개체가 대마난류(따뜻한 구로시오해류의 지류)를 타고 넘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최인영 국립공원공단 해양연구센터장은 “2015년 제주에서 포획된 개체를 이용한 대학 연구가 있었지만 각 개체의 바닷속 활동을 담은 수중 자료를 확보한 것은 처음”이라며 “그동안 제주와 부산 등에서 발견됐지만 서식지가 더 넓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거문도 인근 해역에선 밤수지맨드라미 개체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일본 다나베만과 인도양 등에 주로 분포한 밤수지맨드라미는 국내에선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산호였다. 공단 측은 기후변화로 수온이 상승하고 난류가 확장하면서 열대·아열대성 해양생물이 국내 해역으로 유입·정착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수온 상승에 따른 국내 해양생태계 변화는 곳곳에서 보고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지난 21일 2021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울릉도 연안에서 어류 종 다양성을 조사한 결과 131종 중 절반이 넘는 76종(58.5%)이 열대·아열대성 어류였다고 밝혔다. 해양생물 서식처가 북상한다는 것은 바다가 점점 뜨거워져 해양생물이 생존할 수 있는 한계선이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변화가 생태계 교란이나 어업 피해로 이어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노무라입깃해파리 같은 독성 해파리가 대량 증가하면서 생태계는 물론 어민들에게 경제적 피해를 주고 있는 현상 역시 기후변화가 원인으로 꼽힌다. 넓은띠큰바다뱀의 경우 맹독성 생물이긴 하나 아직 개체수가 적어 유입 영향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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