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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국 매독 증가세 심상찮다… 정부, 전수 감시 내년 시작

국내 유입 선제 대응… 선천성도 차단
표본 감시 4급 감염병서 3급으로 올려
의료기관이 발견 땐 즉시 신고해야

1기 매독 환자의 얼굴에 생긴 입술 궤양의 모습. 매독에 걸리지 않으려면 성관계시 고위험 전파 행위를 피하고 진단 후에는 심장혈관·신경 매독 등 어려운 단계로 진행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게티이미지

“코로나19 이전에는 전염성 있는 1·2기 매독으로 대학병원에 진료를 의뢰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코로나 이후 간혹 있는 걸로 봐서 우리나라에서도 매독 감염이 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근래 일본 미국 등 해외에서 성 매개 질환인 매독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최준용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에게 국내 상황을 문의했더니 돌아온 대답이다. 최 교수는 27일 “매독이나 HIV(에이즈 원인 바이러스) 등 성 매개 감염병은 주변국 발생 상황에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다”면서 “성관계 파트너가 많거나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 등 감염 고위험군은 국내뿐 아니라 주변국에도 성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보건당국의 보다 세밀한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질병관리청이 최근 발간한 주간 ‘건강과 질병’에 따르면 보건당국은 매독을 현재의 ‘표본 감시’ 4급 감염병에서 3급 감염병으로 상향해 내년 1월부터 전수 감시를 시작한다. 지금은 임질, 클라미디아감염증, 연성하감, 성기단순포진, 첨규콘딜롬,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감염증까지 6개 성매개병과 함께 병·의원 및 보건소 등 572곳의 지정된 표본 감시기관에서 신고(7일 내)받도록 돼 있다. 반면 전수 감시 대상인 1~3급 감염병은 모든 의료기관이 발생 즉시 혹은 24시간 안에 관할 보건소에 의무 신고해야 한다. 개별 환자에 대한 역학조사가 가능하고 발생 양상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질병청에 따르면 매독 신고(1·2기, 선천성 매독)는 표본 감시로 전환된 2020년 354건, 2021년 337건, 2022년 401건, 올해 10월 기준 342건으로 증감을 반복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매독 환자 진료 현황을 보면 같은 기간 1만7047명→1만7394명→1만7833명으로 증가 추세다.


질병청의 표본 감시 기관은 한정적이고 감시 기간도 코로나19 대유행과 겹쳐 발생의 증감 추이를 단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국회가 지난 8월 감염병 예방·관리법을 개정해 매독을 전수 감시 대상에 포함했다.

질병청이 밝힌 전수 감시 전환 배경 중 하나는 주변국 발생 증가에 따른 선제 대응이다. 매독을 전수 감시 중인 일본 대만 중국은 최근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일본은 현행 조사 방식 도입 1999년 이후 처음 매독 진단자가 1만 2966명으로 1만명을 넘었다. 올해도 지난 9월 벌써 1만명을 돌파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데이팅 앱으로 만난 상대와의 성관계 증가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미국은 매독에 걸린 채 태어난 신생아가 지난해 3700여 사례나 보고되는 등 선천성 매독 발생이 사회 문제로 부상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국가 간 인적·물적 교류 확대로 국내 유입 가능성이 잠재해 있어 사전에 대비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선천성 매독의 퇴치 필요성도 전수 감시 전환의 이유다. 국내에선 산전 검사로 선천성 매독을 대부분 조기 발견하고 있으나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선천성 매독 표본 감시 보고 건수는 2020년 3건, 2021년 1건, 2022년 7건, 올해 10월 기준 4건이다. 매독 감염 임신부의 태아는 조·사산 위험이 크고 출생 후에도 청력 상실, 뇌수종, 시신경 위축, 정신지체 등의 증상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 아울러 매독은 장기간 전파가 가능하고 조기 치료하지 않을 경우 심장혈관·신경 매독 등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

최 교수는 “모든 성병이 그렇듯 매독 또한 고위험 성행위를 피하고 진단 후에는 신경 매독 등 치료가 어려운 단계로 넘어가지 않도록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질병청은 기존 1·2기, 선천성 매독에 더해 전파 가능성이 있는 ‘조기 잠복 매독(증상은 없지만, 혈액검사에서 양성)’과 중증 질환으로 진행되는 3기 매독까지 포함해 모두 5가지를 의무 신고 대상에 포함할 예정이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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