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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20권쓰고도…‘유홍준 답사기’는 계속된다

[책과 길] ‘국토박물관 순례’ 1, 2권 출간… 새로운 구성 답사기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가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사옥에서 열린 ‘국토박물관 순례’ 출간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책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창비 제공

지금도 유홍준(74) 명지대 석좌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들고 여행을 다니는 이들이 많다. 1993년 시작된 이 시리즈는 지난해 ‘서울편’ 3·4권을 더해 총 20권까지 출간됐다. 국내편 12권에 일본편이 5권, 중국편이 3권이다. 하지만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유 교수는 최근 ‘국토박물관 순례’라는 제목으로 두 권을 새로 내놓았다. 제목은 바뀌었지만 문화유산 답사기라는 내용은 이어진다.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 교수는 “답사기를 어떻게 완료하는가가 저의 큰 과제”라며 “30년 동안 주목받아온 것을 마무리도 안 하고 끝낼 수 없어서 고민했다. 어떤 식으로든 피어리어드(마침표)를 찍지 않을 수 없는데 의미 있게 끝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대로 계속 쓴다면 이제까지 쓴 것만큼 더 써야 완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건 이 나이에 물리적으로도 어렵고 의미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지역이 아니라 시대를 찾아가는 답사기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국토박물관 순례’는 구석기 시대부터 우리 역사의 각 시대를 대표하는 유적지와 문화유산을 찾아가는 새로운 구성의 답사기다. 1권 ‘선사시대에서 고구려까지’는 구석기·신석기·청동기·초기 철기·고구려 시대의 핵심 유적을 담았다. 2권 ‘백제, 신라 그리고 비화가야’에서는 백제와 통일 전 신라의 역사, 그리고 가야의 일부였던 비화가야의 유적지를 돌아본다.


새 책에서 다룬 유적지는 그동안 답사기에서 다루지 않았거나 언급만 하고 넘어갔던 곳들이 대부분이다. 유 교수는 “마치 앞으로 쓰려고 했던 것처럼 각 시대의 대표 유적지가 답사기에서 다뤄지지 않은 채 빈 칸으로 남아 있었다”면서 “예를 들어, 부산은 답사기에서 다루지 않았는데 이번에 신석기 시대 유적지로 부산 동삼동 패총을 선택해 썼다. 가야 유적도 그동안 답사기에서 단 한 곳도 다룬 적이 없었다. 이번에 본격적으로 가야 답사기를 펼친다”고 말했다.

새 책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유적과 이야기가 많다. 국토박물관 순례 일번지로 선택된 곳은 경기도 연천 전곡리에 있는 구석기 유적지다. 유 교수는 “전곡리 유적지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당시 동두천에서 근무하던 주한미군 하사였다. 한국인 애인과 전곡리 강변을 거닐며 커피를 마시다가 주먹도끼를 발견했다”며 “그런 이야기를 이번에 다 썼다”고 했다. 또 “고구려 답사기는 중국의 고구려 유적지를 다루는데, 20여년 전에 갔던 추억의 답사기”라며 “광개토대왕릉비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요약해서 소개했다”고 말했다.

‘국토박물관 순례’는 앞으로 세 권을 더해 근현대 유적지까지 포괄하며 총 5권으로 완료될 예정이다. 유 교수는 “팔십 전에 다섯 권으로 끝낼 생각”이라며 “근현대 유적지로는 대구 청라언덕 근현대거리를 쓰지 않을까 싶다. 답사기에 섬 얘기도 없어서 섬도 써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 그래서 맨 마지막 꼭지는 독도가 될 거라고 마음 속에 정해놓고 있다”고 얘기했다.

한 사람이 30년 넘게 답사기를 쓰고, 한 사람의 답사기가 20권 넘게 이어지는 것은 드문 일이다. 유 교수에 따르면 답사기는 애초 3권으로 계획됐다. 그는 “처음에 1·2·3권을 내고, 3권 서문에 그만 쓰겠다고 밝혔다”면서 “북한에 갔다 오는 바람에 4권 ‘북한편’을 쓰게 됐고, 문화재청장을 마친 뒤에는 충청도와 제주도의 요청이 있어서 다시 이어 쓰게 됐다. 그러다가 일본 쓰고, 실크로드 쓰고 그렇게 됐다”고 했다. 이어 “지난 30년간 답사기가 다섯 번은 진화했다. 그래서 신선하고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은 채 독자를 만날 수 있었다”며 “답사기가 장수하면서 20권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비결은 계속 진화했기 때문이었다”고 덧붙였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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