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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풍’ 걱정된다는 이재명 대표, 시대착오적 발상 아닌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 대표가 정부의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 정지에 대해 ‘북풍’이 걱정된다는 얘기를 했는데,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9·19 합의 효력정지는 신중히 논의해야 하는데 일각에선 이런 걱정들을 한다. (윤석열정부가) 정치적으로 위기에 처하고 선거 상황이 나빠지면 혹시 과거의 북풍처럼 휴전선에 군사 도발을 유도하거나 충돌을 방치하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이 걱정이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믿고 또 그렇게 되길 간곡히 바란다”면서 이런 말을 했다. 사실이 아닐 거라 믿는다면서 당에서 가장 중요한 회의 때 공개적으로 ‘북풍’ 얘기를 꺼내는 건 무슨 의도인가.

이 대표가 언급한 ‘북풍 유도’는 15대 대선 때인 1997년에 있었던 이른바 ‘총풍 사건’을 의미하는 것일 테다.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측이 안보 위기를 야기해 지지율을 끌어올리려고 북한 측 인사를 만나 휴전선에서 총을 쏘는 등 무력시위를 해달라고 부탁했다는 의혹이다. 이 대표 말은 현 정권도 내년 총선 상황이 불리해지면 북한까지 끌어들이는 무리수를 쓸까 걱정이라는 건데, 당시엔 그게 가능했을지 몰라도 26년이나 지난 지금 그런 식의 무도한 정치 공작이 통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제아무리 악한 정권이라 해도 선거 때문에 국민이 피를 흘리는 충돌 상황을 방치해둘까. 백번 양보해 설사 그런 공작이 시도돼도 국민이 거기에 넘어가겠는가.

외국에선 안보 위기 때 여야가 힘을 합쳐 위기를 최대한 빨리 극복하려 애쓰는 게 통상적인 모습이다. 얼마 전 하마스의 침공을 받은 이스라엘에서도 곧장 야권을 포함한 전시 연정이 꾸려졌었다. 이 대표 역시 북측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비판하긴 했다. 하지만 동시에 북측 도발에 대응하기 바쁜 정부를 향해 북풍 운운하는 건 같은 편에 태클을 거는 것이나 다름없다. 안보 앞에서 다시는 그런 발목 잡기가 되풀이돼선 안 될 것이다. 아울러 민주당이 여전히 모든 걸 음모론으로만 바라보려 하는 ‘공작적 사고’에 경도된 게 아닌지도 되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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