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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9·19 남북 군사합의 일부 효력정지 적절하다

북한은 22일 전날 밤 발사한 군사정찰위성 1호기 '만리경-1호'의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2023년 11월 21일 22시 42분 28초에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위성운반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관계자들과 자리를 함께 한 김정은. 연합뉴스

북한이 끝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했다.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핵 고도화 전략의 일환으로 남한을 겨냥한 도발행위다.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정찰위성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위반한 것일 뿐 아니라 남북한 간 적대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9·19 남북군사합의에도 배치된다. 윤석열정부가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군사분계선의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한 9·19 군사합의 일부 조항의 효력을 정지시킨 것은 불가피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19일 평양에서 체결한 군사합의는 당초 기대와 달리 북한의 노골적인 합의 위반 행위가 잦아지면서 시간이 갈수록 유명무실해졌다. 북한은 2019년 11월 해상 완충구역 내 포사격을 시작으로 지난해 12월 서울 상공까지 침범한 소형무인기 도발까지 무려 17차례나 9·19 군사합의를 위반했다. 북방한계선(NLL) 일대 해안 포문을 개방한 행위까지 포함하면 위반 사례가 수천 건에 달한다. 5년이 지나도록 후속조치가 따르지 않은 합의사항도 적지 않다. 24개 합의사항 중 미이행 항목은 비무장지대 감시초소 철수와 군 직통전화 구축 등 10개에 달한다.

북한은 전술핵 미사일에 이어 핵잠수함까지 개발에 나서는 등 9·19 군사합의는 안중에도 없는 행태를 보였다. 북한은 수시로 위반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만 군사합의 준수라는 미명하에 스스로 발목을 잡는 것은 국가 안보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다.

다만 정부가 군사합의를 전면 폐기하는 대신 일부 효력 정지를 선택한 것은 적절했다. 적대 행위 중단을 명시하고 있는 군사합의의 폐기는 북한의 도발을 정당화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 군사합의 1조 3항은 남한의 정찰역량을 무력화하는 내용이어서 이 조항만 효력을 정지시킨 것은 최소한의 대응조치다. 이 조항은 군사분계선을 따라 동부지역은 40㎞, 서부지역은 20㎞를 각각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하고 있다. 판문점을 기준으로 평양은 147㎞거리에 떨어져 있지만 서울은 불과 52㎞거리다. 수도 방어라는 관점에서 보면 남한이 절대 불리하다.

북한의 도발 수위가 갈수록 위험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한시도 경각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 북한 지도부가 오판하지 못하도록 한·미 연합사의 전력을 강화하는 등 압도적 대응 태세를 갖추는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한·미 핵협의그룹 등 확장억제 체제가 빈틈없이 작동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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