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사설

[사설] 은행이 횡재하는 구조부터 뜯어고치라

가열되는 ‘횡재세’ 도입론
본질 벗어난 해법일 수도
시장원리 입각해 개혁하길


기업의 과도한 이익을 세금으로 회수하자는 ‘횡재세’ 논쟁이 정치권에서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고금리 시기에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는 은행권, 고유가 국면에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정유업계가 타깃이 됐다. 고금리와 고유가는 대다수 국민의 경제 활동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악재인데, 이를 기회로 삼아 돈벌이에 나서는 행태는 온당치 않다는 시각이 횡재세 도입론에 깔려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금융회사가 이자수익으로 거두는 초과이익의 최대 40%를 징수하자는 법안을 발의해 사실상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17일 “대통령도 소상공인이 은행의 종노릇을 한다고 질타했다”며 여권의 협조를 촉구했다.

경제의 과실을 분배하면서 과정의 공정함을 넘어 결과의 정의로움을 추구하자는 횡재세의 명분은 자칫 문제의 본질을 간과하고 덮어버릴 위험이 크다. 은행권과 정유업계가 고금리와 고유가에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 것은 뜻하지 않게 찾아온 횡재가 아니다. 그렇게 과도한 이익을 거둘 수 있게 만드는 과점 체제 등 구조적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 은행은 예금자에게 주는 이자와 대출자에게 받는 이자의 차액인 ‘예대 마진’이 수익의 90%를 차지한다. 금리가 뛰면 뒤질세라 올리는 대출 이자에 비해 예금 이자의 변동 폭은 턱없이 작게 만들어 앉아서 돈 버는 장사를 해왔다. 정유업계도 국제 유가가 오를 때는 득달같이 기름 값을 올리면서 하락할 때는 미적대는 방법으로 이익을 창출한다. 이렇게 벌어들이는 돈에 횡재세를 매기는 것은 구조적인 부당 이익을 우연한 고수익으로 포장해주는 셈이 된다. 고수익을 회수하기에 앞서 부당하게 돈 버는 구조부터 뜯어고쳐야 할 것이다.

세금은 불특정 다수에게 전이되는 필연적 속성을 갖고 있다. 특히 기업에 부과되는 세금은 직접적인 비용이어서 어떤 형태로든 소비자에게 전가되곤 했다. 횡재세는 분배의 공정을 구현할 마땅한 방법이 없을 때 꺼내야 할 마지막 카드다. 법인세와의 이중과세 논란, 주주 이익 침해, 다른 기업과의 조세 형평성 문제 등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을 침해할 소지도 크다. 횡재세 논의에 앞서 국민의 경제적 어려움이 특정 업종에 횡재의 기회가 되는 불합리한 시스템을 개혁하는 데 주력해야 할 때다. 민주당의 횡재세 법안을 총선용 포퓰리즘이라 규정한 여당도 “은행이 과점 지위를 이용해 손쉽게 수익을 올린다”며 대책을 예고했다. 시장경제 원리에 맞는 구조 개혁 방안이 나와야 할 것이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