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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총선용 압박에 역전된 신용대출 금리… 후폭풍 걱정된다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대출 이자를 많이 내야 한다는 건 초등학생들도 아는 상식이다. 그런데 최근 국내 금융시장에서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신규 취급된 신용대출의 경우 신용점수 600점 이하 평균 금리가 연 9.270%로 지난해 같은 달의 연 9.740%보다 0.470%포인트나 하락했다. 1000점이 만점인 현행 신용점수제에서 600점 이하는 과거 1~10등급 체제에서 주의군(7~8등급)과 위험군(9~10등급) 등 최저 등급에 해당한다. 이에 비해 1등급 수준인 950~901점대 금리는 1년 전 연 5.568%에서 연 5.700%로 0.132%포인트, 2등급으로 통하는 900~851점대는 연 6.034%에서 연 6.226%로 0.192%포인트 상승하는 등 거꾸로 고신용자들의 대출금리는 올라갔다. 이로 인해 5대 시중은행 대출금리는 떨어지는 등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흐름과 역행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에서는 아예 고신용자 신용대출에 저신용자보다 높은 금리가 매겨지는 역전 현상까지 나타났다. 저신용·저소득층의 이자부담 완화 등 금융당국이 해야 할 정책금융을 민간 금융기관이 떠맡은 셈이다.

명색이 시장자본주의 체제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손쉬운 이자 장사로 떼돈을 벌고 있다며 정부와 정치권이 은행 이익을 환수한다고 압박하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문제는 5개월 뒤 총선을 겨냥한 근시안적인 개입이 몰고 올 후폭풍이 만만찮을 거라는 점이다. 시장 원리에 반하는 이자 산정은 주주 이익 침해 시비와 배임 논란을 부를 게 뻔하다. 대출 금리 왜곡은 수신 금리에 영향을 미쳐 비정상적인 영업을 부추길 가능성도 크다. 정부가 최근 품목별 담당제를 도입하는 등 물가관리에 나서자 상품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등 갖가지 꼼수 영업이 양산되는 것과 마찬가지 부작용이 우려된다. ‘민생 드라이브’가 결국 서민들만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 수 있음을, 경제엔 공짜 점심이 없음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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