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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北 도발 때 주식·골프, 학폭은 깜깜… 이 정도면 검증 참사

김명수 합참의장 후보자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요즘 군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앞으로 북한이 남한 군 수뇌부가 주식 거래하기 좋고 골프장 가기 좋은 날을 골라 도발하지 않을까 싶다. 수뇌부 기강이 이 정도로 해이해진 걸 알고 북한 김정은도 깜짝 놀랐을 것 같다. 김명수 합참의장 후보자에 대한 1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적을 앞에 두고 딴전을 피운 군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김 후보자는 근무 중 주식 거래를 한 의혹에 대해 2021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본인이 직접 휴대폰으로 거래한 게 맞는다고 시인했다. 국방부 국방운영개혁추진관, 해군참모차장, 해군작전사령관으로 있을 때다. 북이 도발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열리던 때나 항시 임무태세에 있어야 할 작전사령관 시절에도 거래했다. 지난주엔 국방장관이 국회에서 주식 거래 결과를 확인하다 발각됐는데, 군 수뇌부에 주식 거래가 유행처럼 번진 게 아닌가 의심된다.

김 후보자가 지난해 3월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때 골프장에 간 것도 부적절한 처사다. 본인도 ‘ICBM 같은 큰 도발 땐 대부분의 군인이 골프를 취소한다’는 야당 의원 지적에 “취소했어야 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해군참모차장이던 지난해 9월 19일부터 12월까지 14차례나 골프장에 간 것도 북의 도발이 상시화됐던 당시 안보 상황에 비춰보면 책임 있는 모습이 아니었다. 그는 딸이 11년 전 학교폭력으로 징계처분을 받은 데 대해서도 사과했다.

후보자를 둘러싼 자질 시비도 문제지만 이런 것들이 인사검증 때 걸러지지 않은 건 더 심각한 사안이다. 김 후보자는 당초 자녀 학폭 전력이 없다고 법무부 인사검증관리단에 답변했다가 야당이 학폭 자료를 제시하자 그제서야 시인했다. 교육청이나 학교에 확인해보면 될 걸 법무부가 후보자 말만 믿고 그냥 넘어갔다는 얘기다. 공직자 자녀 학폭 문제로 나라가 들썩거린 게 한두 번이 아닌데 아직도 이렇게 안이하게 검증했다니 어처구니없다. 작전사령관이란 막중한 자리에 앉아서도 주식을 거래한 것 역시 검증 때 미리 알았다면 임명을 재고했을 법한 일이다. 검증이 이렇게 허술한데 조만간 있을 개각 땐 또 얼마나 시끄러울지 벌써부터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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