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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요한 혁신위마저 좌초하면 국민의힘은 진짜 위기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4일 제주 봉개동 4·3평화공원을 찾아 참배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요한 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출범한 지 한달도 안돼 흔들리고 있다. 혁신위의 핵심 권고가 당에서 아무런 반향을 끌어내지 못하면서 조기 해산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10월23일 출범한 혁신위가 2개월 활동 기한의 절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해산한다면 국민의힘은 진짜 위기를 맞을 것이다.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 후 민심 이반을 확인한 집권 여당의 혁신 시도가 실패했다는 걸 자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경진 혁신위원이 입장문을 내고 “조기 해산은 너무 나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서 사태 추이를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혁신위 활동이 순탄하지 않은 건 사실이다. 혁신위가 좌초하지 않으려면 국민의힘 지도부가 혁신위 권고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당내 컨센서스를 모아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혁신위가 그동안 화합과 희생, 미래라는 키워드로 세 차례 발표한 혁신 과제들은 상식과 국민적 공감대에 부합하는 것들이다. 국민의힘의 혁신 시도에 반신반의하던 중도 성향 유권자들도 인요한 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혁신위의 권고와 제안이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혁신위가 2호 안건으로 제시한 공천 관련 5대 혁신안은 열흘이 넘도록 최고위원회 의결이나 당내 공식 기구의 추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공천 혁신안의 핵심은 당내 중진과 친윤 인사들의 불출마 내지는 수도권 출마 요구다. 그러나 불출마·험지출마 권고 대상자로 지목된 김기현 당 대표는 “모든 일에는 시기와 순서가 있다”는 말로 의견 표명을 유보했다. 장제원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 산악회 회원 4200여 명을 동원한 세 과시로 반기를 들었다. 주호영 의원은 “대구에서 정치를 끝내겠다”며 서울행을 거부했다. 혁신위 권고에 호응해 불출마 의사를 밝힌 현역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수행실장을 지낸 이용 의원뿐이다. 비례대표 초선인 이 의원을 제외하면 중진 의원 중에 당을 위해 희생해달라는 혁신위 권고를 따르는 이가 아직까지는 아무도 없다.

인요한 혁신위의 모든 권고가 정답이 아닐 수 있다. 당사자들의 반발과 해명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내년 총선이 5개월도 남지 않은 시기에 국민의힘은 머뭇거리고 있을 여유가 없다. 혁신위를 통해 스스로 혁신하겠다고 공표한 것들조차 실천하지 못하고 과거로 돌아간다면 지지층이 점점 줄어들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국민의힘 지도부는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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