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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채와 정쟁으로 美 신용등급 전망 하향… 남의 일 아니다

무디스가 부정적이라 낮춘 이유는
재정 부실과 심각한 정치 양극화
미국처럼 韓정치권, 싸움만 할건가

마이크 존슨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의회에서 하원의장 후보로 선출된 뒤 동료 의원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최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각각 2011년과 올 8월 미국 신용등급을 AAA에서 AA+으로 강등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와 달리 무디스는 신용등급 자체는 최고 등급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런 무디스조차 향후 등급 하향 가능성을 내다 본 것이다. 현재 미국이 전 세계 주요국 중 사실상 나홀로 활황인 상태고 미 국채의 위력도 여전한데 정작 미래 국가신용도는 걱정된다고 평가한 셈이다. 무디스는 재정 건전성 문제와 정치 양극화를 이유로 들었다.

미 연방정부의 2023회계연도 재정적자는 전년 대비 23% 늘어난 1조6950억 달러(약 2240조원)이며 정부 부채는 33조6000억 달러(약 4경 4000조원)에 달한다. 고금리 상황에서도 정부 지출을 계속 늘리다보니 적자와 부채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났다. 문제는 이에 대한 대처다. 무디스는 “의회 내 정치 양극화가 지속되면서 채무 능력 약화를 늦추려는 행정부 재정 계획이 합의에 이르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했다. 진영 논리로 미 정부 및 의회의 부채 관리 능력이 떨어진다고 본 것이다.

미 의회는 내년도 예산안을 정쟁으로 제때 처리 못하고 기한만 45일 연장시켰다. 오는 17일까지 해법을 마련해야 연방정부는 셧다운(일시 업무정지)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공화당 강경파들이 주도해 자당 하원의장을 탄핵시키는 등 정치적 혼란이 이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선출된 마이크 존슨 신임 하원의장이 지난 11일(현지시간) 새 예산안을 공개했지만 민주·공화 양당 모두 부정적이다. 정치 난맥상이 예산안의 발목을 잡는 일이 무한반복 중이다.

미국 상황은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의 국가채무는 5년간 400조원 넘게 급증했고 올해 1100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증가 속도가 선진국 중 가장 빠르다. 여기에 가계부채, 저출산·고령화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피치와 무디스가 신용 저하 요인으로 꼽을 정도다. 잠재성장률도 추락하면서 저성장의 장기화가 우려된다. 경제 환경은 미국보다 훨씬 안 좋은데 여야 정치권은 아랑곳하지 않고 탄핵, 선거용 포퓰리즘의 구호로 날을 새다시피 한다. 재정적자를 통제하는 재정준칙안에는 관심도 없다. 정치가 경제를 갉아먹는 건 우리가 미국보다 한 수 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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