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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계빚 시한폭탄인데 자화자찬에 빠진 금융위

국민일보DB

가계 빚이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됐다. 3년 전부터 국내총생산(GDP)의 100%를 넘어 국제결제은행(BIS)이 제시하는 임계수준(80%)을 크게 벗어났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달 29일 당·정·대 고위 협의회에서 “가계부채 위기가 발생하면 1997년 기업부채로 인해 겪은 외환위기의 몇십 배 위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분기를 정점으로 줄어들던 가계 빚이 4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서자 경각심을 불어넣으려는 차원이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도입 추진 등 가계부채를 옥죄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계 빚 관리는 정부 몫이라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가계 빚 증가 속도가 안 잡히면 금리 인상을 고려하겠다며 태도를 바꿨다. 8일 한은의 ‘금융시장 동향’을 봐도 8월 6조9000억원에서 9월 4조8000억원으로 다소 꺾였던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증가폭이 지난달 6조8000억원으로 불어난 건 빚투 속도가 심상찮음을 보여준다.

이날 금융위원회가 ‘최근 가계부채 관련 주요 이슈 Q&A’라는 해명성 자료를 냈는데 내용이 혹세무민 수준이다. 금융위는 “현 정부 들어 가계부채 총량이 감소되었고 연간 부채 증가율도 0% 수준”이라며 “과거 어느 시기와 비교해도 가계부채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노무현정부부터 지금까지 역대 정부의 가계부채 총량 평균치를 제시하면서 현 정부 들어 전 정부 대비 가계부채 규모가 1862조9000억원에서 1862조8000억원으로 0.17% 줄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문재인정부 5년과 현 정부 1년 치를 비교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다. 현 정부의 가계부채 총량(1862조8000억원)은 지난 7~10월 늘어난 15조원을 싹둑 자른 채 올 2분기까지 수치로 한정한 건 억지에 가깝다. 그러면서 올 1분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하락한 건 2003년 카드사태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라고 자화자찬까지 늘어놨다. 7개월 연속 가계 빚 증가가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와 대출금리 압박 등으로 빚어졌다는 책임론을 피하려는 꼼수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

현 시점에서 정부가 할 일은 현재 진행 중인 가계 빚 증가 원인을 따져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경제의 맥인 돈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국민들에게 올바로 설명하는 게 금융 정책의 기본이다. 이를 무시하고 전 정부와의 기계적인 비교를 통해 숫자놀음만 하려는 관료들에게 올바른 정책을 기대하는 건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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