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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약탈 가격

노석철 논설위원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도서정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신간 구간, 서점 형태 규모에 관계없이 정가에서 최대 10%까지만 할인 판매를 허용하는 제도다. 이는 가격경쟁에 취약한 다수의 출판사와 서점, 신인 저자를 보호하고, 다양하고 풍부한 내용의 책이 출판되도록 하자는 취지다. 부작용도 있지만, 책의 부당염매(不當廉賣), 즉 대형 서점들이 약탈적 가격 정책(Predatory pricing)으로 출판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막는 장치다.

디지털시대에는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의 약탈 가격 정책에 따른 독과점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대형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이 자사 플랫폼에서 판매자를 착취하고, 경쟁자를 방해해 결국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다며 지난 9월 반독점 소송을 냈다. 아마존은 사업 초기 손해를 감수하며 가격을 낮춰 소비자와 판매자를 모은 뒤 시장 지배력을 악용하는 전형적인 약탈적 가격 정책을 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미 법무부는 구글이 온라인 검색시장을 독점하려고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사에 거액을 줬다며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2020년 제소했다. 구글은 기본 검색엔진 유지를 위해 매년 100억 달러를 쓴다고 미 법무부는 지적했다. 돈을 써서 독점적 지위를 갖는 것 자체를 불공정 행위로 보는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소위 약탈적 가격이라고 해서 경쟁자를 다 없애버리고 시장을 장악한 다음에 가격을 올려서 받아먹는 것”이라며 “카카오의 택시에 대한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고 질타했다. 카카오는 공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하며 골목상권까지 침해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최근에는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및 카카오모빌리티 분식회계 혐의까지 터져 창사 이래 최대 위기다. 기업가 정신을 외면하고 장사꾼처럼 수익 극대화만 추구해온 결과다. 아마존을 따라하며 성장한 쿠팡과 음식점의 최대 ‘갑’인 배달의민족 등 다른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도 카카오를 반면교사로 삼아야겠다.

노석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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