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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야 서로 배려한 윤 대통령 시정연설, 협치 계기 되길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취임 후 세 번째 국회 시정연설을 했다. 시정연설은 여야의 신사협정 이후 달라진 국회 분위기를 보여준 무대였다. 윤 대통령은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우리 경제·안보 여건을 설명하고, 건전재정 기조로 짜여진 내년 예산안에 대해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여당 의원들은 32차례 박수로 화답했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굳은 표정으로 냉담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대부분 자리를 지켰다. 다만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앞서 윤 대통령이 국회 본관으로 들어갈 때 로텐더홀에서 ‘민생경제 우선’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했을 뿐이다. 지난 24일 여야 원내대표가 국회 회의장 내 정쟁성 피켓 금지, 국회 본회의장 고성·야유 금지에 합의한 이후의 국회 모습이다.

신사협정 덕분인지 여야는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도 보였다.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시작하면서 국회의장단을 호명한 뒤 “또 함께해주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님, 이정미 정의당 대표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님…”이라며 야당 대표를 먼저 거명했다. 윤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입장할 때도 이 대표가 자리에서 일어나 웃으며 악수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연설에 앞서 가진 5부 요인 등과의 사전 환담에선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처음으로 실제 소통하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연설이 끝나고서도 윤 대통령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먼저 악수를 청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고개를 돌리고 있다가도 윤 대통령이 손을 내밀면 대부분 웃으며 잡아줬다. 민주당이 윤 대통령 시정연설을 보이콧했던 지난해 분위기와 확연히 비교된다.

그런 점에서 윤 대통령의 이번 시정연설은 여야가 서로 조금씩만 배려하면 품격 있는 국회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지난 6월 교섭단체 대표 연설 때처럼 여당 의원들은 “이재명 방탄”이라고 야유를 보내고, 다음 날에는 상대당에서 “입만 열면 거짓말”이라며 맞서는 모습은 이제 국회에서 사라져야 한다. 앞으로 여야가 치열하게 부딪치는 예산국회가 시작되고, 오는 9일에는 민주당이 노란봉투법과 방송법을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키로 해 우리 국회는 여전히 시험대에 올라 있다. 그러나 오늘처럼 서로 상대를 존중한다면 법안이든 예산안이든 합의가 어려운 게 아니다. 그리고 여야 협치는 상대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깔려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서로 소통이 잦아야 한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어제 만남이 또 다른 회동으로 이어져 여야 협치의 물꼬가 트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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