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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R&D 예산 복원 움직임… 시행착오 반복해선 안 된다

국민의힘 과학기술특별위원회가 31일 국회에서 '연구개발예산 현안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보다 16.6% 삭감된 내년 연구개발(R&D) 분야 예산이 상당 부분 복원될 전망이다. 국민의힘 과학기술특별위원회는 31일 과학기술인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예산 삭감에 대한 현장의 어려움을 듣고 이를 반영하기로 했다. 앞서 당 정책위원회는 R&D 예산의 경우 필요 부분을 최대한 복원하기로 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2024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과학계 우려에 대해 “꼼꼼하게 챙기고 보완책도 마련하겠다”며 예산 복원 여지를 남겼다.

뒤늦긴 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국가의 미래가 달린 R&D 분야 예산이 대폭 삭감되기 전에 정부·여당이 방향 전환 의지를 보인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정부의 의사결정 및 정책 추진 과정의 즉흥성과 일관성 부재가 또다시 드러난 점은 곱씹어봐야 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말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돌연 ‘카르텔에 따른 나눠먹기식 R&D 예산 원점 재검토’를 주문했다. 어떤 게 카르텔이고 나눠먹기인지 설명도 없었다. 당초 내년 4~5% 예산 증액 계획을 세웠던 정부는 대통령 말 한마디에 개별 사업의 비전과 성과 등도 따지지 않고 부랴부랴 칼질에 들어갔다. 난데없이 카르텔 집단으로 규정된 과학계가 신진·원로 할 것 없이 우려를 나타내고 외신도 비판적으로 보도하자 여당을 주축으로 태세 전환이 시작됐다. 정부의 일처리가 이렇게 허술해도 되는가.

초등학교 5세 입학 계획이 백지화된 것도, 주 69시간 근로시간제 추진이 흐지부지된 것도 마찬가지다. 치열한 내부 토론과 분석 없이 대통령의 지시나 양해가 있으면 정부가 졸속으로 추진하다 여론 악화에 물러서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정부 정책의 신뢰성 및 예측 가능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일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정책은 인치가 아닌 시스템에 의해 진행되는 게 기본이다. R&D 예산 복원을 계기로 더 이상 시행착오가 없도록 당·정·대통령실의 반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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