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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이스라엘 암살부대

고세욱 논설위원


현대 테러 및 암살 조직의 원조는 서기 6~70년 로마제국 지배에 저항한 유대인 단체 ‘시카리’로 알려져 있다. 시카리는 단도를 숨기고 주로 군중이 몰리는 축제 기간에 암살 작전을 수행했다. 작전이 워낙 빠르고 정교해 살인보다 더 큰 공포감을 상대에게 안겨줬다 한다. 스페인어로 암살자를 뜻하는 ‘시카리오’가 시카리에서 유래된 단어다.

2000년이 흘러도 피는 못 속이는 모양이다. 오늘날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암살 공작은 미국, 영국, 러시아 정보기관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0년 11월 이란 핵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가 테헤란에서 기관총 총격으로 숨지는 등 2010년 이후 이란 핵과학자만 5명이 피살됐다. 2010년 1월에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부 마흐무드 알마부가 두바이 호텔에서 전기충격을 받은 뒤 목이 졸린 채 사망했다. 이스라엘은 모른척하나 서방은 모사드 내 암살 전담 조직 ‘키돈’이 벌인 일로 보고 있다.

이달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1000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한 이스라엘이 키돈으로 만족 못하는 듯하다. 모사드와 또 다른 첩보기관 신베트가 하마스 핵심 인사들을 제거할 암살부대 ‘닐리(Nili)’를 조직했다고 현지 언론이 지난 22일 보도했다. 이스라엘 공격을 주도한 하마스 군사조직 알카삼 여단 지도자들이 타깃이다.

하지만 그동안 많은 암살이 성공했어도 중동 평화는 오지 않았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뮌헨’은 72년 뮌헨올림픽에서 이스라엘 선수 11명을 살해한 팔레스타인 테러단체 ‘검은 9월단’ 배후 세력을 암살하는 조직원들을 다룬 영화다. 모사드가 꾸린 암살팀 5명은 테러 배후로 지목된 11명을 차례로 제거한다. 이에 맞서 상대도 똑같은 방식으로 암살팀원을 살해했다. 영화에선 “누군가를 죽이면 누군가로 채워졌다. 새 지도부는 더 폭력적으로 변해간다”는 대사가 나온다. 폭력은 보복의 악순환만 가져온다는 뜻일 게다. 이스라엘의 암살부대 운용이 화끈해 보일지 몰라도 답은 아닌 것 같다.

고세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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